지금으로부터 87년전인 1926년
아픈 역사와 더불어 탄생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살아있는 술 박물관이라 칭하는
경북 영양 양조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양조장에서는 지금도 당시의 그 시설 그대로
막걸리가 생산되어 지역주민들에게 공급되고 있었으며
우물, 숙직실, 목욕탕, 출입문, 화장실 등은
오랜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도
멀쩡한 모습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술 박물관
영양 양조장의 생생한 현장을
여과없이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양 양조장은
영양읍 사무소와 담벼락을 마주하여
읍사무소에 차량을 주차하고 방문하는게
가장 수월하였습니다.
출입문 창너머로
막걸리 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잘 열려지지도 않고 삐걱거리는 낡고 녹슨
미닫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영양탁주합동관리회'라는 문구도 낯설고
참 오래되어 늙은 할애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경상북도에서
경상북도 산업유산과
향토뿌리기업으로 지정되었더군요.
앗!
외자리 전화번호...
당시에 영양읍에는 총 10대의 전화가 있었는데
1번에서 5번까지가 군청 및 경찰서 등 관공서가 차지하고
다음 6번은 이곳 양조장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에서는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나 봅니다.
눈에 보여지는 모든것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실내에 들어왔습니다.
맞은편에 보이는 숙직실에서
테레비 소리가 들려 가만히 노크하였습니다.
오래된 이곳 양조장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숙직근무를 하고 있던 직원이
흔쾌히 승낙하면서 워낙에 많은 곳에서 많은 분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낯선 방문객이 별로 낯설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마음껏 둘러보라고 하시며
직접 안내 해 주시고 설명까지 해 주셨습니다.
저기 보이는 실내의 우물과
시설물 대부분이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발효실입니다...
여긴 그냥 눈으로만 보았습니다.
영양탁주...
실내에 우두커니 자릴잡고
앉아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삶의 흔적들이 너무나도 진하게
묻어나는 그 현장에서 쉬이 숨을 쉴 수 없더군요.
이게 뭐냐구요?
숙직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목욕탕입니다.
비록 지금은 사용은 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의 시설 그대로 보존되더군요.
바깥의 아궁이에 불을 짚히면
물이 데워지는 그런 구조물이었습니다.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지금은 신작로가 보이지만 당시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반대쪽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나무 기둥은 지금은 이렇게 썩어가고 있지만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의 토대였답니다.
본체 뒷쪽으로 낡고 허물어진 건물이 보이더군요.
사실 저 건축물들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세월이 좀 흐르긴 했지만 본체에 비하면
훨씬 젊은 건축물이라고 하더군요^^
마당 한켠의 빨래집게를
오랫만에 담아보기도 했습니다.
넓은 터의 야외 한쪽엔
이상하게 생긴 작은 건축물이 보입니다.
저건 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최근에 지붕이 허물어져
다시 개량하고 보수를 하였지만
원래의 기둥과 구조물은 당시에 지어진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그럼 저 화장실의 나이도 87세?
다시 본체의 옆모습도 담아 보았습니다.
그렇게 크거나 웅장하지는 않고 아담하더군요.
문득 오래된 건축물 양지바른 곳에서
어린 고양이 새끼 한마리가 낯선 방문객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째려봅니다.
본체 뒤의 덜 나이먹은 곡자창고입니다...
야외에 툭 던져진 듯 우뚝한
연탄화로는 왠지 모르게 측은해 보이더군요.
양조장 곳곳에 묻어나는
술 박물관의 증거물들은 고스란히
현상유지 되고 있었습니다.
숙직실과 목욕탕의 야외 모습입니다.
숙직실은 아직도 잘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본체의 외관을 둘러보았습니다.
무엇하나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정도로
아날로그의 진실들이 현존하고 있더군요.
고치고 새로 지어진 건축물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금도 막걸리가 제조되고 있단 말입니다.
읍사무소의 반대쪽인
양조장의 돌담을 둘러보았습니다.
늙은 감나무와 더불어 세월을 지탱하는
숨가쁜 그 소리가 무척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치장하지 않은 순수함이 그저 좋았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곳에서 가까운
양평의 지평 양조장과 충북 진천의
오래된 양조장을 방문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진촬영을 허락해 주질 않아 밖에서만
휭하니 둘러보고 왔지만 말입니다.
영양 양조장...
IT강국으로 불려지는
스마트한 지금의 우리 시대에서
감히 느낄 수 없었던 큰 감흥이었습니다.
건축물이 나이들어 별로 보기도 싫고
또한 낡고 허물어져 무척이나 투박한 모양새로
보존은 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쉬이 성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저토록 아름답게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아직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질 못했지만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그 역할을 다하며
지역 주민들의 친숙한 술문화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습니다.
살아있는 술 박물관이라 칭하는
영양 양조장의 아날로그에 푹 빠지듯 매혹된
아주 의미있는 방문이었으며 안내까지 해 주시며
이곳저곳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 직원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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