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간이역을 좋아하는건
이제 소문이 나서 다 아실거라 믿습니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유난히 좋아하며
자주 찾는 아름다운 간이역인 양평의 구둔역을
몇몇 블친들과 휭하니 다녀왔습니다.
비록 지금은 폐역이 되어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아련하게 남아있는 가슴속의 고운 추억을 되새김하듯
둘러본 구둔역은 생각보다 많이 변해 있더군요.
영화 건축학 개론 등 다양한 영화들이
촬영되기도 했던 추억의 구둔역은 작년에 새로이 개통한
인근의 중앙선 구둔역으로 옮겨가고 현재 남아있는
작은 역사는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는 표현보다는
쓸쓸함이 더 많이 묻어나는 형국이었습니다.
그래도 역사의 문은 열려 있더군요.
묵언하듯 둘러보겠습니다.
사실 충격을 받아 말문이 좀 막혔거던요.
역무원들이 일하던 사무실 책상위엔
빛바랜 흑백의 사진 한장이 누군가를 기다리는것 같더군요.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있을 구둔역을 배경으로 한
추억의 덩어리는 가슴속에 영원히 남겠죠.
열차시간표랑 여객운임표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 사진....
바람에 휘날리는 승차권도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이제는 보이질 않구요.
요것이 무엇이당가?
그렇게 애지중지 매달았던 소원들....
바닥을 뒹구는 소원들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대롱거림으로 만끽하더니...
하나씩 정성껏 써 내려간 그네들의 소원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입니다.
남아있는 소원지 너머로 트랙터 한대가
철로를 건너오고 있네요.
이제는 이렇게 씩씩하게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철도 건널목을 건너다니는 트랙터를 쉬이 볼수 있답니다.
저 뒷편에서 구둔역은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체험 및 홍보용의 저 기차는
이제 무엇으로 그 가치를 찾으려 하는지?
끊어진 선로를 따라
남겨진 기억들을 추억하는가 보네요.
홀로 걷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더 쓸쓸해 보이구요.
쳐진 어깨에서 누군가를 떠나 보내기 싫은
심한 몸부림이 느껴집니다.
요건 뭘까요?
선로 수리반원들이 사용하던
선로위를 이동하는 간이 기구인것 같아요.
인화단결...
적어도 70년대 정도 이곳에 근무하던
역무원들의 인화단결을 바랬던 것이 아닐까요?
녹슨 선로위엔 잡초만 무성하지만
어디선가 성큼 기적을 울리며 추억의 기차가
저만치 달려올것만 같았습니다.
2011년 여름날의 구둔역...
그나마 작년까지도 이렇게 다양한 류의
기차들이 이곳에 정차하던지 아니면 그냥 지나쳐 달리던지
하여간 기적 소리는 들렸거던요.
여긴 가을날 유난히 아름다운
은행잎이 바닥을 뒹구는 곳이랍니다.
저는 그 노랭이들의 몸부림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그 화려함을 사진으로 봐서 알고 있거던요^^
만약에....
이 구둔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면 현재까지 남아있을까 하는
자그마한 의문들이 자꾸만 생겼습니다.
잡초 사이의 건널목을 승용차도 건너오고 있더군요...
구둔역...
무척이나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정평이 나 있어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단골지로 이용되던 곳...
이제는 이런 모습입니다.
2011년 여름..
이제는 간이역 구둔역을 지키던
호랑나비의 추억도 없었습니다.
선로를 거닐던 한결같이님이 독백으로 중얼거리더군요.
"또 하나의 추억은 이렇게 떠나는가 보다"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공감이 가고 가슴에 남는지 모르겠군요.
이곳에서 질주하던 기적소리를 기억하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2011년 여름..
청량리로 가시던 할머니의
다소곳함도 이제는 볼 수 없답니다.
그렇게 우리네 추억은 하나 둘씩
슬그머니 떠나 가는가 봐요.
선로와 잡초가 뒤 엉켜진 구둔역...
아직은 우리네 가슴에 그 아련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이젠 정말 이렇게 떠나 가는가 봅니다.
내 마음의 풍금과도 같은 이쁜 간이역 구둔역은
더도 덜도 말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나마
고이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누군가 불쑥 추억의 보따리를 들고 구둔역을 찾았을때
그 흔적들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예의로
그 고운 추억에 상처는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간이역 구둔역...
아직은 내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운 추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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