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기행을 마치고 나오면서
솔치재에서 작은 이정표 하나를 발견하고
무작적 옛길을 따라 구비 구비 올라가 보았습니다.
어음정...
아무래도 단종 유배길과 관련된
곳이란 확신이 들어 둘러보기로 하고
솔치터널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옛길을 따라
차로 10여분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영월로 유배길에 오른 단종이 목이 말라 물을 마셨다는 샘
바로 그 어음정이었습니다.
경기도 여주에도 유배길의 단종이 목을 축인곳으로 알려진
어수정이란 곳이 있지만 그 위치가 어느 골프장내
깊숙한 곳에 숨어(?)있어 몇번을 시도하다
결국은 포기했던 아쉬움이 있었거던요.
이정표가 있긴 하지만
찾아가긴 쉽지가 않았습니다.
저만치 황량한 언덕의 들판에 작은
구조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음정은 무엇일까 찾아 보았습니다.
1457년 6월 28일은 조선 6대 단종대왕이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와 영월군 주천면 신일리와의
경계를 이루는 솔치재를 넘어 영월땅에 첫발을 디딘 날 이었다.
유월 더위에 가파른 산에 오르니 목마름에 만난 샘물이 바로
이곳인 바 임금이 물을 먹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어음정이다.
또한 이 날이 영월에 도착한 날이기도 하다
기록에 의하면 주천면 주천5리 좌편에는 단종이 쉬어갔다는
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6월 28일이며,
주천면과 서면의 경계를 이루는 군등치의
표지석 기록에도 6월 28일 이다.
또한 영월에 도착한 일자도 6월 28일이다.
그러니까 이곳 솔치재에서 영월까지 하루에 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곳 주소지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신일4리 물미라는 곳입니다.
산 위에 넓은 평지가 있고 아늑하게 내려앉아
바람도 머무는 온화한 지형입니다.
지대가 높아 전망도 좋으며,
다래산과 백덕산이 하늘과 맞닿아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이른 아침이면
일출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답니다.
요렇게 작은 이정표가 몇개 있지만
처음 가는 사람이 현장에서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만치 치렁치렁한 칡넝쿨 사이로
어음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박주가리 넝쿨에서 피어나는 잦빛 꽃들로
그나마 위안을 삼는듯 합니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겠습니다.
우거진 풀 사이로
좌측엔 안내간판 우측엔 표지석...
또 다른 단종 유배길의 정보를 찾아볼까요...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조선왕조 여섯 번째 임금자리에 오른 단종.
숙부인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1456년 6월 22일 돈화문을 나와 화양정(성동구 화양동)에서 하루를 묵은 후
환관 안로의 전송을 받으며 중추부사 어득해와
군졸 50명의 감시 속에 유배 길에 올랐다.
단종은 광나루에서 여주까지는 남한강 뱃길을 이용하였고,
여주에서 청령포까지는 역로를 이용하여 일주일 만인 6월 28일에 도착하였다.
여주군 대신면 상구리 두둔 부락에는 단종이 물을 마셨다는 "어수정"이 있고,
원주 부론면 단강리에는 600년이 지난 느티나무와 큰 너래반석이 있는데
이곳 역시 단종이 쉬어 갔다하여 "단정"이라 부르고 있다.
그 외에도 주천에는 단종의 유배와 관련된
물미, 어음정, 쉼터, 군등치, 명라곡 등의 많은 지명이 남아 있다.
단종은 원주 신림역을 지나 황둔→솔치재→신흥역(주천)→배일치재→
점동→갈골→옥녀봉→선돌을 지나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로 왔다.
통곡의 길, 충절의 길, 인륜의 길 이라는
당시 유배길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납니다.
어음정 표지석...
우물안이 가장 궁금하였습니다.
지금도 물이 있을까?
우물은 이렇게 나무틀로 만들어진
간이 덮개로 보존되더군요.
우물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저만치 깊은 곳에 아직도 물은 많아 보이더군요.
제 모습이 물에 비치는걸 보니 말입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시의 아픔을 노래한들 무엇하랴만은
저처럼 분명 유배길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몇몇 사람들이 있을거란 생각입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참으로 황량하더군요.
쓸쓸함 그 자체...
주변엔 인적도 없고
언덕을 쉬어가는 한조각의 바람끝만
겨우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없이 전해지는 이상한 기운...
어린 나이의 왕이 유배를 가던 길에
다시금 이렇게 홀로 서니 그 기분 또한
아주 묘하더군요.
관리가 잘 되고 있다 못 되고 있다라는
그런 원론적인 표현은 하고 싶질 않았습니다.
한길의 풀이 자라 비록 쓸쓸함이
배가되긴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자리를 잡고
보존된다는 사실이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 외로움을 달래주는
야생화들이 고이 자리를 지키며
묵언하듯 벗하는것 같았구요.
어음정의 흔적을 지키는 초병처럼
가늘게 나래짓하는 잠자리 한마리가
감시대 높은 곳에서 두리번 거리듯 합니다.
단종 유배길의 어음정...
예정에 없이 다녀오긴 했지만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주의 어수정을 가 보질 못해
상당히 많이 아쉬워했는데 이곳 영월에서
어음정으로 대신하는듯 하였습니다.
솔치재 높은 언덕위의 넓은 들판에 황량하게 자리한
유배길의 단종이 목을 축였다는 어음정...
현장을 방문한 가슴벅찬 감동과
당시 아픈 역사의 흔적이라는 묘한 감동이
충돌하는 아이러니한 제 자신을 발견하였습니다.
영월 솔치재의 단종 유배길 어음정...
통곡의 길이라는 문구만큼 참 쓸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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