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고향 가는길에 만난 끝자락의 오월 이야기...

금모래은모래 2013. 6. 1. 06:00

 

보릿빛 유월달...

찬란한 계절의 여왕이라는 지난 오월엔

각종 분주한 일상이었습니다.

  

아마도

유월엔 다양한  스포츠 현장으로

뛰어 다녀야 될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멋진 유월을 기원합니다. 

 

 

 

수련꽃

                한도훈

수련꽃 위에 고추잠자리가 앉았다
삶이 위태로운 건
수련꽃만이 아니다
진흙밭 속에선 장구벌레가 몸부림친다
이 장구벌레가 커서
한 마리 아름다운 모기가 된 뒤
너의 사타구니 피를
한껏 빨아들일 것이다
모기가 아름답다는 편견에
너는 메스를 들이댈 지 모른다
모기는 단연코 드라큐라 같은 존재!
오오, 세상에나
모기가 빨아먹는 피의 양이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두 눈 둥그렇게 뜨고
망나니 칼 쳐다보 듯
그렇게 쳐다보아야 하는지...
수련꽃에서 혼곤히 잠들지 마라
진흙밭에서 불쑥 솟아오른 혓바닥이
너의 몸통을 집어 삼키리

 

 

 

 

 

제가 초등학교때 사용하던 호롱불입니다.

고향의 팔순 노모께서 아직도

잘 보관하고 계시더군요. 

 

 

 

 

 

고향집

 

              풍수

아이들의 웃음소리
둥지 털듯 떠나 보내고
기대 살던 동행마저
황천으로 떠난 고향집

주름투성 늙은 아낙
흰 서리꽃 머리에 이고
삐걱대는 쪽마루에
힘겨운 몸 의지한 채
봄날을 하릴없이
고즈넉이 지켜있다

한평생 동무 삼아
늙어온 살구나무는
사립문가 그 자리에
올해에도 어김없이
꽃잎이 흐드러지는데

한번 떠난 웃음소리는
돌아올 기약이 없고
마루밑 토방 끝에
무심한 봄 햇살만이
시름 깊은 아낙과 벗한다

 

 

 

 

 

 장미를 생각하며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지난주 고향을 다녀오면서

담아본 몇몇 그림들에서 살면서

오래도록 가슴속에 담아야 될 것들과

소소한 오월의 이야기였습니다.

 

지난달이 찬란한 오월이었다면

이번달은 향기로운 유월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싱그러운 유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