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읍내와 주천면을 연결하는 88번 지방도엔
지나치기 쉬운 작은 쉼터가 한 곳 있다.
주천면 소재지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과연 저곳이 뭣하는 곳인지
그냥 도로변의 쉼터라고 하기엔
지리적으로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은 썰렁하기도 하다.
바닥 표지석 말고 세워진 표지석에
이 쉼터에 얽힌 내력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곳은 단종께서 1457년 6월 28일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 유배길에 잠시 쉰 곳이라 하여 쉼터라고 부른다.
이때 한 노파가 샘물를 바쳤다는 전설도 있다"
그래~ 이 쉼터도
단종 유배와 관련이 있구나 했다.
쉼터 뒷쪽 언덕 바위 위 소나무 아래
서 계시는 어떤 한분이 있다.
어린 단종인 듯 하다.
자규시
단종
원통한 새 한 마리가 궁중을 나오니
외로운 몸
그림마저 짝 잃고
푸른 산을 헤매누나
밤은 오는데 잠들 수가 없고
해가 바뀌어도 한은 끝없어라
새벽 산에
울음소리 끊어지고
달이 흰 빛을 잃어 가며
피 흐르는
봄 골짜기에 떨어진 꽃만 붉겠구나
하늘은 귀먹어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서러운 이 몸의
귀만 어찌 이리 밝아지는가
산 아래 88번 지방도의 작은 공간에 자리잡은 쉼터.
그저 지나치다 보면 저곳에 무슨 기념비가 있는건지
6.25 전적비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기 딱 좋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쉼터 옆의 돌탑은 또 다른 의미가 있겠지만...
이곳에는 작은 모양으로
청령포를 닮은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청령포 유배길에 오른 단종의 애절한 마음이
표현되어 있는것 같기도 하다.
1456년 똑같은 시기에
사육신 그들에겐 도대체 무슨일이~~
절의가
성삼문
수양산을 바라보며 백이와 숙제 그들을 원망하노라
차라리 굶어 죽을지언정 고사리를 캐먹었다는 것인가
비록 푸성귀일지라도 그것이 누구의 땅에 생겨난 것인가
쉼터 한켠엔 '따뜻한 애정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
상냥하고 따뜻함 기품 성실' 등의 꽃말이 포함되어 있는
청도라지 밭이 조성되어 있다.
눈이 부시도록 따갑게 넘어가는 서녘의 햇살따라
왠지 구슬프게만 느껴졌다.
치렁 치렁한 거미줄의 빈의자를 바라보며
오가는이 별로 없는 인적이 드문 곳임을 알 수 있고...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희옵고
내마음 둘곳없어 냇가에 앉았는데
저 물도 내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이 시조는 세조에 의해 세종대왕의 손자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갈때 의금부 도사로서 상왕이었던 단종임금을 영월까지 호송했던 고려왕실의 후예로 당시 의금부도사였던 왕방연(王邦淵)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시조이다.
3단 형식의 저 돌탑은 또 무슨 의미일까?
영월에서 주천방향으로 가는
88번 지방도 우측에 터잡은 단종이 쉬어갔다는 작은 쉼터.
어린 단종은 청령포 유배길에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도
한양 방향으로 몇번이나 고개를 돌리셨나 보다.
드문 드문 오가는이들의 소원 돌탑이
쉼터 가장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묵언하듯 작은 돌하나 말없이 올려 보았다.
쉼터 서편으로 넘어가는 여름 햇살이
무척이나 가냘프게만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영월에는 단종과 관련된 곳이 참 많다.
장릉과 청령포 등 유명한 곳만 해도 몇곳이 되지만
이렇게 88번 지방도에 단종이 쉬어 갔다는
쉼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한번쯤 고개를 돌려 봐야만 이상해서 차를 정차하거나
주차해 볼지 모르지만 하여간 이렇게
단종과 관련된 또 다른 곳인 쉼터를 찾아 볼 수 있어
짧았지만 참 의미있는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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