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에서 회사로 출퇴근 하는
이천과 여주의 도로변엔 경주마를 키우는
말 목장이 있습니다.
가끔 이곳에 들러
그들의 주고 받는 대화를 엿듣기도 하고
그네들의 주어진 환경에서 그네들의 삶을 엿보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월동 준비로 분주한 경주마 그네들의
일상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생각보다는 상당히 넓었습니다.
주어진 공간 자체는
숫말 한마리에 암말 서너마리씩 무리를 지어
다른 가축들과는 달리 일부다처제의 작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살아가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꼬리를 치켜 세우고
허가없이 볼일을 보던 녀석이
제 카메라에 슬그머니 잡혀 버렸네요..ㅋㅋㅋ
널씬한 몸매의
경주마들의 월동준비는
별 다른게 없는것 같았습니다.
그저 목장을 뛰어다니며 체력을 단련하고
아직은 푸릇 푸릇한 바닥의 풀을 뜯어먹는 정도더군요.
바람에 날리우는
거친 그네들의 목덜미 털에서도
겨울을 준비하는 생래적인 현상을 볼 수 있었구요.
쫑긋 귀를 세운 모양새는
다른 가축을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그네들의 일상은
겨울햇살을 내리쬐며 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해 보였습니다.
다양한 말들의 종류 중
유난히 다리가 긴 널씬한 몸매와
특히나 두상이 길게만 느껴지는 경주마.
"음~ 바로 이맛이야"
몇 안 남은 바닥의 푸른 풀 뜯기 놀이는
우리네가 컴퓨터로 인터넷상에서 카페활동을 하고
셔핑을 즐기고 블로그 활동을 하는 등의
일들과 견줄만 하지 않을까요?
겨울 햇살에 비춰진
경주마들의 털빛은 참 거칠었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나도 곱게만 느껴지더군요.
가끔 지나는길에 들러
그들의 동태를 관찰하기도 하고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재미는
새로이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맛이랍니다.
말 말 말....그리고 경주마.
" 아이 맛있어라..짭짭~~"
그들의 최고의 행복은
그저 자유로이 뛰어놀고 부족하지만
푸른 풀을 숨가뿌게 뜯는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애정을 과시하기도 하고
누가 더 날씬한가 자랑하듯 긴다리에
힘을 주는 겨울날 그들의 자태.
"있자나~
우리말야 내년엔 경기에 한번 나갈 수 있을까?"
아직은 시작된 겨울이지만
그네들의 대화속엔 따뜻한 봄날을 기약하는
희망의 메세지가 전해지더군요.
몇만평의 넓은 말 목장을 갈때면
인간의 입장에서 매번 생각나는게 있습니다.
아웅다웅 경쟁하듯 살아가는 오늘날의 인간사에서는
느껴보지 못하는 삶의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감히 묻어난다는 사실입니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주어진 자유로움에 감사하고
더 이상의 욕심을 바라지 않고 살아가는
말..그네들이 한편으론 참 부럽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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