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이야기

3번 국도 '선녀와 나뭇꾼'의 팥죽사랑...

금모래은모래 2011. 12. 23. 17:22

 

 

 

2011년 12월 22일 동짓날 18:30

동지와 팥죽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다는

아내와 큰아이의 강력한 꼬임에 빠진 날입니다.

 

집에서 팥죽을 미리 준비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긴 뭣하다며

잘 하는 팥죽 전문집으로 가자는

제의에 슬그머니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섰다.  

 

 

그럼 먼저 동지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동지의 유래]

 

동지는 일년 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서

옛 어른 들은 '음(陰)'이 극에 달하는 날이라 했다고 하는데요.

이 날을 시작으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양(陽)'의 기운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 즉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라 했다네요~

처음에는 중국(주나라)에서 시작되었는데,

중국에서는 이 때를 설로 삼았었고, 우리나라에 그 풍속이 전래된 것으로 보여요~

옛어른 들 사이에 있어 동지는 '작은 설날'이었데요!!

 

태양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날이라 생각해서 경사스럽게 봤다는데~

그래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고..:)

 

-동지는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하면서 양의 기운이 우주에 시생하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나선곳이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3번 국도변의

약간은 허름하고 이상하게 생긴 한 음식점.

 

3번 국도란?

경상남도 남해군 초전삼거리와

평안북도 초산군을 잇는 일반 국도를 칭함....

총 연장 길이는 555.2㎞..

 

그 3번 국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3번 국도 주변의

 팥죽 전문 음식점 '선녀와 나무꾼'을 찾아 

동지에는 꼭 먹어야 된다는

팥죽을 한 그릇씩 하고 왔다.

물론 그 집을 처음 가는것은 아니다.

 

그럼 동지에 왜 팥죽을 먹어야 되는지

그 유래를 살펴보자.

 

 

[동지 팥죽의 유래]

 

옛날 중국 진나라에 공공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요

그에게는 늘 말썽을 부려 속을 썩이는 아드이 하나 있었데요~

그 아들녀석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는데,

이 아들이 어느 동짓날 그만 죽고 말았던 거지요.

그리고는 이 아들이 그만 역질 귀신

(역질: 천연두, 옛날에는 마을에 이 전염병이 돌면 꼼짝 없이 앓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이 되고 말았데요.

 

공공은 자기 아들이었다 해도 그냥 둘수가 없어

생 전에 아들이 팥을 싫어 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팥죽을 쑤어 대문간과 마당 구석구석에 뿌렸다고 합니다.

효과가 있었던지 그 날 이후로 역질이 사라졌고

이를 본 받아 사람들은 역질 귀신을 물리치고 건강하게 한해를 보내기 위해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었다는 이야기~

 

 

 

 

 

 

식당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훈민정음 벽지에 물(무)지개랑 체가 걸려 있다.

 

 

 

 

 

앗!

 

이런~~

 

안 그래도 별로 넓지 않은 식당 안쪽엔

빈 자리가 없다....

 

주차장에서 겨우 차를 주차하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차지하고 있을 줄이야...

 

다시 돌아가자는 큰아이와는 다르게

조금만 기다려 보자는 아내의 의견대로

구석진 곳에서 조금은 뻘쭘(?)하게 기다려 보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그동안 다녀간 이들의 낙서로 가득한

벽보를 눈으로 하나하나 뜯어 읽어보기도 했다.

 

찬란한 문구의 각종 낙서.

수많은 사람들의 그 흔적들 속에는

그네들의 음식맛 평가와 심리적인 상태 등이 그려져 있었다. 

 

 

 

 

 

 

겨우 비집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조금은 지루해하는 큰 아이를 후다닥 한번 담아봤다.

 

대학 입학 후 겨울방학했다고

집에 와 있는 녀석이 조금은 안스러운지

아내가 근간엔 툭하면 밥 먹으러 밖으로 나가자고 그런다.  

동지라는 멋진 이유도 있었으니 금상첨화..ㅋㅋㅋ

 

 

 

 

 

 

드디어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팥죽 세그릇을 주문했다.

 

식당 내의 벽에는 각종 희귀한

우리의 소품들이 줄줄이 대롱거리도 있다.

주판, 투꾸바리(철모), 북, 저울, 옛날 다리미 등..

 

 

 

 

 

 

팥죽을 주문하고 난 후

아내는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 한권을 꺼내 보며

그 지루함을 달래기도 했다.  

 

 

 

 

 

테레비에도 여러번 소개 되었던

공예의 대가가 직접 운영한다는 바로 그 음식점

선녀와 나무꾼다운 다양한 소품들...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종 공예품과 소품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식당 한켠이 아닌 식당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 

 

 

 

 

 

 

드디어 김이 모락 모락 나는

오늘의 주 메뉴인 팥죽이 나왔다.

 

구수하고 맛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옛날 시골에서

모친이 해 주던 그 맛은 100% 제현하기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전의 그 맛과 아주 흡사하여

먹을만 하다는 평을 해 주고 싶다.

 

 

 

 

 

맛있게 다 먹고 나오면서 바라본

다른 벽면의 또 다른 소품들..

 

 

 

 

 

요건 뭐냐구요?

 

우리 큰아이의 양말입니다.

동양화의 3광^^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는 화투양말이랍니다.

고딩의 작은 녀석이 강호동 양말을 선호하더니

대학에 다니는 녀석까지도 유치하게

아직까지 화투 양말을..ㅋㅋㅋ

 

 

 

 

 

이 사진은 2009년 12월에 처음 이 집을 방문했을때

아내랑 둘이서 먹었던 들깨 수제비와 시골 칼국수랍니다.

 

물론 동짓날엔 팥죽외엔

다른건 주문 자체를 받지 않더군요.

 

 

 

 

 

 

2009년 12월에 방문했을땐

하얀 눈이 내리던 날이었답니다.

 

 

이렇게

2011년도 동짓날엔

그래도 쉬이 넘어가지 않고

꼭 먹어야 된다는 팥죽 한그릇 정도는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날로 기억하게 되었네요.

 

날씨가 삼한사온을 닮았는지

몇일은 춥다가 몇일은 햇살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번 한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말엔 추위와 상관없이

더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들로 

평온한 시간들 채워나가시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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