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를 기억하시는지요?
2009년 봄 전국에 독립영화 붐을 일으켰던
바로 그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촬영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처가댁과 옆 동네라서
해마다 명절이면 지나는길에 잠시 들러
두분 어른들께 안부 인사를 드리고 오곤 했습니다.
어르신의 댁 입구엔
이렇게 작은 공원을 만들어서
조형물과 함께 주차장과 화장실 등의
기본적인 공간이 확보되어 있답니다.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들도
마을 어귀에서 그 멋스럼을 맘껏 뽐내는
계절 좋은 깊은 9월의 가을 한가위 날 오후....
'워낭소리'는 한 부부와 황소가 함께 걸어간 황혼을
3년 동안 뒤쫓아 다니면서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실화입니다.
보통 소는 15년 산다고 하는데,
노부부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 황소는 무려 4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충렬 감독은 15년 동안 독립 프로덕션에서
음식, 여행 등 다양한 소재의 TV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며,
6년 동안 전국을 떠돌다가 2005년 경북 봉화에서
80살 최원균 씨와 그의 늙은 황소를 만나 영화 데뷔작을 찍었답니다.
워낭소리는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 월드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답니다.
할아버지의 앙상한 팔다리는
소가 평균 수명의 두 배를 넘도록 살게한 힘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며
정치, 경제, 사회... 등 온갖 우울한 뉴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감을 불러 일으겼으며,
독립영화 초유의 관객 동원 295만명이라는
기록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그해 봄..
회사에서 먼저 워낭소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아내와 함께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었는데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올 한가위 명절엔 두 어르신을 뵙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 이렇게 그전에 없던 대문과
개방하지 못한다는 안내 문구만 가만히 쳐다보고
찾았던 발걸음을 되 돌려야만 했습니다.
이유인 즉 ...
최근에 많은 관광버스 부대들이
이 노부부의 집을 방문해서 무분별하게 행동하여
연세 많으신 오르신들의 심한 사생활 침해가 되었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찾아가는 나 자신 또한
매번 느낀 사실이지만,
혹여 실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하고
개방으로 인해 상처 받지 않을까
가슴 두근거림으로 뒷꿈치 살그머니 들고
어른신들 뵈면 조용히 인사만 하고 안부만 여쭙고
바로 나오기가 일쑤였는데..이제 그마저도 못하니~~
나 자신의 잘못 또한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멍하니 가슴이 시리고 너무 안타까웠다.
2009년 3월 처음 방문했을때 할아버지의 모습..
들일 나가시다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께서~~
"사진 찍으이소!" 하시며
나름의 포즈를 취해 주시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한데....
주차장 한켠에서 바라본 매밀밭 너머
저만치 할아버지 할머니 댁의 외진 언덕길은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이 모든것이
문화의 오류로 인한
우리 모두의 잘못 인것을...
입구의 생강밭에서 김을 매시던
하얀 머릿결이 유난히 고우신 동네 어르신 한분도
"워낭 할매 못 만났제요?" 하신다...
"네" 했더니..
(카메라를 메고 있는것을 보시고선)
"사진은 뭐하러 찍니껴?" 하시면서
살며시 당신의 머릿결을 손질하신다.
웃으며 "그냥요,,,할매도 한번 찍어 드릴까요?"
"안 찍어도 되는데~ㅎㅎㅎ" 하시며 금새
고운 미소로 일하시는 모습을 취하신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어르신댁 오르막 길가의 돼지감자꽃.
일생 손과 발이 되어 주었던 씨암소의 이야기... 가축으로서가 아니라 반려동물로 반평생을 같이 해온 소와 인간의 끈끈한 정이 얽힌 농촌 삶의 이야기...
워낭소리로 대화를 대신했던 워낭을 뗌으로서 생을 마감시켰던 한 장면은 이 영화의 감동을 주는 중요한 한장면... 농촌의 어려움이 장면 장면 마다 묻어있어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옮긴 실제이야기...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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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두번씩 찾아가선
안부와 건강을 물으시고 잠시나마
나 자신의 평온을 찾곤했는데 이젠 그 마저도....
2009년 3월..
밭에 일 나가시던 할아버지의 모습.
어르신 댁 입구의 안내표지판...
오늘 인터넷 뉴스 등을 찾아보니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모양이다.
하루빨리 쾌차하셔서
좋은 독립영화 많이 만드시길 바래요.
최초 마을 입구의 안내 표지판...
(처음보다 조금 기울어져 있는 듯)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1리 산정마을....
워낭소리 촬영지.
인간사랑 자연사랑...
그리고 워낭소리.
세상속의 우리네 인간사 모든것이 별반 다를게 없는데
뭐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사는지 모르겠네요.
잘난것도 못난것도
모든것이 다 부질 없는것을.
(삶의 무게에 짖눌린 나 자신의 반성과 새김의 글)
아내가 어르신 뵈면 드리라고 미리 준비해 준
피티병의 감주(식혜)를 주차장 한켠에서 말없이 들이키며
왜 그리도 속상하던지...
왜 그리도 나 자신이 미워 보이던지.
왜 그리도 가슴속이 멍하던지.
세상속에서 나 자신의 욕망과 채움으로
또 구눈가에게 보이진 않지만 정신적인 피해를 준다면
그것 또한 준법정신에 위배됨을
왜 진작에 몰랐던 것일까?
실정법을 위반해야만 교도소에 가는게 아닌데...
우리네 도덕정신으로는~~
나는 아니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것 또한 그러했을지니...
하여간....
그러한 모든일들을 뒤로하고
그동안의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많이 불편하셨다면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드리고,
두분 어르신 오래도록 평안하고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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