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기

허난설헌 생가 가을단상 ...

금모래은모래 2018. 11. 15. 05:00



허난설헌 생가...


강릉의 경포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그동안 몇번이나 다녀왔지만 가을날에

방문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선시대 여류 시인의

대표적인 분으로 잘 알려진

허난설헌 그녀의 생가 가을빛은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였다.




사실 그녀의 삶을

아는분들은 이해하겠지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이었던가?






허난설헌...


그녀는 누구인가?


사실 난설헌은 그녀의 호이고

본명은 초희다.


그럼 "난설헌 허초희"가 옳은 표현일 듯 ...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명망이 높았던 초당 허엽이었다.


그녀는 위로 오빠 허성, 허봉이 있었으며

두 오빠도 중요한 벼슬자리에 있었고 동생 허균도

어릴 적부터 문사의 기질을 보여

촉망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허씨 집안을 모두 부러워했으며

3허니 4허니 일컫기도 했다.






그녀 허난설헌 ...


소설 홍길동의 작가 동생 허균과

손곡 이달선생에게 시를 배우게 되고

그 후 안동김씨 집안과 결혼 후 남편의

방탕한 생활과 어린 남매의 죽음...


그리고 자신 허난설헌은 27세로

생을 마감했던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던가?  






사실 이곳 허난설헌 생가를 방문할때마다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그려러니 하면서 말이다.






이곳의 가을은

뭔가 모르게 좀 다를 줄 알았다.


애잔한 그런 느낌이

가득 묻어 날 줄 알았는데

형형색색의 단풍빛으로 인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곡자」()


                                    난설헌 허초희


지난해 잃은 딸과
올해에 여읜 아들
울며 울며 묻은 흙이
두 무덤으로 마주 섰네
태양 숲엔 소슬바람
송추()에는 귀화()도 밝다


지전으로 네 혼 불러
무덤 앞에 술 붓는다
너희 형제 혼은 남아
밤이면 따라 놀지
이 뱃속 어린 생명
또 낳아 잘 자랄까
어지러운 황태사()
피울음에 목이 멘다.



이 시는 어린 남매를 잃고

슬픔에 젖어서 허난설헌이 쓴

시라고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난 여성으로서

시를 잘 쓰고 글도 잘 하는 허난설헌이지만

사실 그런 글 재주 보다는 그녀의 삶의

고단함이 오히려 더 많이 생각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몇해전 경기도 용인에서

허난설헌의 남동생인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묘지를 찾아 헤매던 생각이 문득 난다.


특이하게도 그곳 혀균의 묘지에서

그의 아버지 초당 허엽 선생의 묘지와

역적으로 몰려 동강난 그의 묘비를 발견하고

무척 안타까워 했던 ...   






이곳 강릉의 허난설헌 생가는

방문할 때마다 계절이 달라 매번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번 가을날의 첫 방문에서도

그런 기분이 많이 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날은 동행한 일행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혼자였다면 더 오래도록 주변을 탐닉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으리라. 






초록의 봄날이 다르고

무덥던 여름날이 다르고

하얀 겨울날의 느낌이 다르듯

가을날의 이곳 또한 확실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가을날에 꼭

방문하고 싶었던가 보다.






특히 주변 솔밭길은

얼마나 운치가 좋단 말인가?






아무 말없이 노송 한그루를

꼭 껴안고 휴식하듯 쉴 수 있는 곳이다.


허난설헌의 삶을 되새김 할 필요도 없이

나만의 휴식를 취하는 그런 ... 

 





이곳의 가을은

여느 가을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이의 마음 가짐과

생각의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강릉 경포해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곳 허난설헌 생가는 일단 주변 풍광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다.






늘 다시금 찾고 싶은 곳이지만

이렇게 가을향기 가득 묻어나는 날엔

그러한 생각들이 더 다양해지기 마련인가 보다.  







27세의 나이로 그녀는 생을 마감했으니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녀가 남긴 아름다운 글알들은

오늘날까지 어느 정도는 잘 전해지고 있지만

그녀의 삶과 직결되는 이야기들은 사실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난설헌 허초희의 생가는

강원도 강릉이지만 안동낌씨 집으로

시집을 가서 결국 지금은 경기도 광주의

야트막한 곳에서 휴식하고 있다.


허난설헌...

그녀의 생가를 둘러보면서

여행자의 마음에 따라 그 느낌은

확실히 다르게 전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곳의 깊어가는 가을은

말못 할 애잔함이 많이 묻어나서

 더 더욱 그리워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