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기

메밀꽃 필 무렵 그 후 ...

금모래은모래 2018. 11. 13. 05:00



가을 깊은 어느날

메밀꽃 필 무렵의 그 동네를

잠시나마 스쳐 지나간다.


하얀 눈꽃송이 같은 메밀꽃은

온데간데 없고 분주했던 방문객들의

발길도 사라진 그곳엔 차분한 분위기로

가을 이야기들이 야금야금

익어가고 있었다. 



그저  파란 가을 하늘만이

메밀꽃 필 무렵의 첩첩산중을

마중하듯 내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건

이 동네의 맛있는 막국수도 아니고

도로변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소설속의 작은 조형물이다.


내가 주인공인양

더불어 미소를 지을 수있으니

이렇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하얀 메밀꽃 축제때 그토록 붐비던

강가의 풍광 또한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무심한 마음으로 거닐어도

어느 누구하나 눈총 주는이가 없어

마음은 한결 편했다.






요상한 조형물로 만들어진

강가의 돌다리를 건너때도 그냥

내 발길 닿는데로 가면 되니 말이다.






사람이 붐빌때는 사실 말 못 할 제약이 많아

이렇게 돌다리 하나라도 마음놓고 거니지 못하는

아쉬움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지금은

자유로운 행보를 일삼을 수있다.






막국수의 고장답게

거대한 막국수 조형물도 축제때는

눈에도 안 들어오더니 이제는 자세히도

시선에 들어오고 있었다. 






진정한 소설속의 주인공인양

차분하게 거닐기 좋은 계절이다.


메밀꽃 필 무렵과는 또 다른 풍광으로...






먼길 달리던 가을바람까지도

이곳에서는 휴식하듯 잠시 쉬어가는듯

어설프지만 정겨운 섶다리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이곳의 깊은 가을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어쩌다가 문득 방문하는 이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








가을은 이토록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지만

시간이 멈춘듯한 메밀꽃 필 무렵의 그 동네에서는

소설속의 이야기처럼 시끌벅쩍하고 분주한 삶들보다는

오히려 느림의 미학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하얀 소금을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

드넓은 광야의 이곳의 메밀꽃들은 다 지고

이제는 겨우살이 채비로 하루하루의

시간이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가을빛 하얀 메밀꽃을 승화시키듯 

고운 글알로 표현하였다면..


겨울날의 이곳은

한폭의 그림으로 하얀눈을

     다시금 그려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