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늦가을이면 김장을 이유로
고향 영양을 어김없이 다녀오게 되더군요.
이번 고향 방문에서는
그동안 제 블로그에서 한번도
소개해 드린적이 없는 허물어지고 오래된
특히나 지금은 문을 닫아버린 가곡 양조장의
지금 모습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아날로그 기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폐가처럼 방치된 양조장의 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되었습니다.
서민들의 친구처럼
오랜세월을 곁에서 지켜오며
막걸리를 제조하던 시골 양조장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요?
내비게이션에는
아직도 가곡 양조장이 나오더군요.
막상 도착해서 여기가 맞는가 했지만 말입니다.
도로변에 주차하고 바라본 담벼락은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지붕은 완전히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설마 저곳이 양조장?
곳곳에 보이는 세월의 상처들...
담장엔 이런 철조망도 있구요.
마당으로 들어왔더니 양조장 맞습니다.
한켠엔 노란 막걸리 상자가 굴러 다니고
묻어나는 이야기가 딱 탁주 스타일이었습니다.
입구쪽엔 이런 서정도
더불어 살아가고 있더군요.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맥주의 만남?
그러고 보니
지붕의 상단부가 아예 없어졌습니다.
처마엔 이런 흔적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되새김 되더군요.
당시 막걸리를 배달하던 짐발이 자전거도
구석진 곳에서 흑백서정으로 서있기만 하구요.
온동네를 다녔을텐데 말입니다.
여긴 뭣하던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성장?
주류제조업
외인 출입금지...
그동안 제가 다녀온 오래된 양조장은
경기도 양평 지평양조장과 충북 진천 양조장
그리고 영양 양조장인데 그래도 지금까지
다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거던요.
오래되고 낡아 정감이 가는 곳도
현재 운영이 되고 있는 곳과는 다르게
문을 닫은곳은 그 느낌이 또 달랐습니다.
그냥 말없이 둘러보았습니다.
마당 한켠엔
비어있는 빨래집게들이
바람결에 마냥 휘날리고 있구요.
무엇하나 쉬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이런 모습이지만 말입니다.
마을 정화차원에서
도로변 담장에 이렇게 멋진
벽화를 그렸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더군요.
둘러보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예전엔 막걸리향 그윽한 가운데 왁자지껄
사람사는 기운들로 가득했을텐데 말입니다.
여기까지
경북 영양의 가곡 양조장의
지금 모습이었습니다.
가곡 양조장을 둘러본 후
영양읍내로 나오면서 저만치
청록파 시인 동탁 조지훈선생의
주실마을이 눈에 들아옵니다.
잘 보존되어 멀리서 보아도
참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실마을엔 들어가지 않고
마을어귀에 위치한 주실마을숲
도로변에 조용하게 차를 세웠습니다.
조지훈 선생의 시비를 찾았습니다.
시비로 향하는 길목의 낙엽들은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더군요.
지훈 시비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청록파 시인...
대표적인 시로는 잘 알려진 승무가 있습니다.
승 무(僧 舞)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우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을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빰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잠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주실마을을 지나오면서
또 하나의 시골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영양이 비록 제 고향이긴 하지만
참 오지라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고향은 어머님의 품을 닮은 정겨움이
가득해서 언제나 좋습니다.
이렇게 두서없이
영업이 중단된 시골 양조장의
지금 모습을 중심으로 둘러보았습니다.
낡고 오래된 아날로그는 아직은
우리네 가슴에 아련하게 추억되는
작은 그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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