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둔치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왜가리의
일상을 잠시 둘러보고 왔습니다.
조류들이 머리는 나쁘다지만
오늘은 왜가리의 생각을 제 입장에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왜가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요렇게 안 움직이고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겠지 ㅋㅋㅋ"
그리고선 나무토막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왜가리 녀석^^
"아이구...좀 힘은 들지만 조금만 더 참아보자.
분명 물고기들이 지나갈꺼야"
"요건 뭔소리지?"
"아하.. 어느 교도관 아저씨가
죠오기 풀숲에 숨어서 나를 찍고 있군"
녀석 귀는 무척 발달했군.
풀숲에 매복했지만 카메라 셔터 소리는
예리하게 파악하네.
"물고기 녀석들 왜 안오는거지?"
"음~~~조금 지루하긴 하네"
한참동안 꼼짝도 않더니
슬그머니 목운동을 하는 왜가리 녀석...
"앗! 뭔가 오고 있다... 분명 물고기다"
"긴장하자 긴장"
갑자기 묵을 쭉 빼고선
신경을 곤두세우는 왜가리 녀석...
"ㅋㅋㅋ 내가 여기 있는줄도 모르고
감히 내 앞을 지나가려 하다니 머리나쁜 물고기"
완벽한 사냥 자세를 취하는 왜가리...
"전광석화처럼 공격해야지... 그래 조금만 더 앞으로"
그리고선 숨을 죽인다.
물고기가 바로 앞으로 왔는가 보다.
"잡았다 ㅎㅎㅎ 바보 같은 물고기"
정말 전광석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공격 템포가 그저 놀랍다.
"어쭈~~ 좀 큰 녀석이네...ㅋㅋㅋ
요녀석이면 배가불러 두끼를 굶어도 되겠군"
"자~~ 삼키기 좋게 일단 물고기의 머리부터~~"
"그렇지... 제대로 자세를 잡았군"
"생각만 해도 벌써 군침이 솔솔 도는군 ㅎㅎㅎ"
"아~~ 이제 삼켜볼까나"
"잠시만 기다려라 물고기야 맛있게 삼켜줄께"
왜가리는 그 특성상
부리로 물고기를 쪼아서 먹는게 아니고
일단 통째로 삼켰다가 다시 토해내어 새끼들에게
먹이거나 그냥 소화를 시킨다.
"어! 뭐야....왜 안되는거지?"
"켁...켁... 아이구야 왜 안 넘어 가는거야?
"헥~ 헥....휴~~ 아이구 힘들어라"
"분명 잘 잡았는데 왜 삼키질 못하는거지?"
"물고기 녀석 반항이 너무 심해서 그런가?"
큰 붕어인지 잉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입보다도 훨씬 큰 녀석을 억지로 삼키려니
쉽게 될리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발버둥쳐 보는 왜가리...
"너무 큰 놈을 잡았나?"
그제서야
꿈을 깨기 시작하는 왜가리...
과유불급이라 했거늘...
그러다 도리어 니 부리 찢어지겠다 녀석아^^
서서히 지쳐가는 왜가리...
결국은 사냥감을 놓아주기로 결정한다.
"아이구 아까워라... 할 수없다 입이 너무 아파"
그리고선
슬그머니 잡은 물고기를 놓아준다.
"내 지금은 놓아주지만 너를 다시 잡으리라"
"너무 안타깝다. 내 입이 왜 이렇게 작은거야?"
"반대 방향으로 자세를 돌려볼까나?"
조금전 상황은 금새 잊어버리고
다시금 물고기 사냥에 몰입하는 왜가리...
"아항~~ 심심하니까 하품이 다 나오네"
이게 바로 왜가리의 울음이 아니라
왜가리의 하품이랍니다.
"너무 조용하군.
물고기 녀석들이 눈치챘나?"
다시금 자세를 반대로 틀고 사냥을 하려는데...
"에이...포기다... 좀 있다 다시 오자"
그러고 보니 녀석의 뒤태는 왜가리가 아니라
독수리의 그 폼을 닮았다는 생각이...
그리고선 저렇게 물을 박찬다...
사냥에 성공했지만 사냥감이 너무 커서
막상 삼키지는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왜가리의 일상...
인간사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교도관 아저씨 잘 놀다 가세요 저 가요"
녀석 그래도 자리를 떠나면서
인사는 잊지 않고 가는군..
그려..잘 가라^^
그렇게 말없이 떠나가는
왜가리의 뒷 모습을 바라보려니
마음 한편으론 무척 안타깝고 씁쓸했다.
가을은 소리없이 내려앉는가 보다.
왜가리의 일상을 엿보다 만난 잠자리들의
활동모습에서도 여름날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듯 하다.
왜가리는 머리가 나빠
너무 큰 물고기를 잡았을까?
그러고 보면 왜가리의 그 모든 행동들은
오묘한 자연의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속에서 또 한가지를 배운 느낌이다.
오늘의 교훈은
"내가 먹을 수 없는 큰 먹이는
절대 잡지를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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