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남한강 어느 왜가리의 일상...

금모래은모래 2015. 9. 2. 06:00

 

 

 

 

남한강 둔치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왜가리의

일상을 잠시 둘러보고 왔습니다.

 

조류들이 머리는 나쁘다지만

오늘은 왜가리의 생각을 제 입장에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왜가리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요렇게 안 움직이고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겠지 ㅋㅋㅋ"

 

그리고선 나무토막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왜가리 녀석^^

 

 

 

 

 

"아이구...좀 힘은 들지만 조금만 더 참아보자.

분명 물고기들이 지나갈꺼야"

 

 

 

 

 

"요건 뭔소리지?"

"아하.. 어느 교도관 아저씨가

죠오기 풀숲에 어서 나를 찍고 있군"

 

 

녀석 귀는 무척 발달했군.

풀숲에 매복했지만 카메라 셔터 소리는

예리하게 파악하네.

 

 

 

 

 

"물고기 녀석들 왜 안오는거지?"

"음~~~조금 지루하긴 하네"

 

한참동안 꼼짝도 않더니

슬그머니 목운동을 하는 왜가리 녀석...

 

 

 

 

 

"앗! 뭔가 오고 있다... 분명 물고기다"

"긴장하자 긴장"

 

 

갑자기 묵을 쭉 빼고선

신경을 곤두세우는 왜가리 녀석...

 

 

 

 

 

"ㅋㅋㅋ 내가 여기 있는줄도 모르고

감히 내 앞을 지나가려 하다니 머리나쁜 물고기"

 

완벽한 사냥 자세를 취하는 왜가리...

 

 

 

 

 

"전광석화처럼 공격해야지... 그래 조금만 더 앞으로"

 

그리고선 숨을 죽인다.

물고기가 바로 앞으로 왔는가 보다.

 

 

 

 

 

"잡았다 ㅎㅎㅎ 바보 같은 물고기"

 

 

말 전광석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공격 템포가 그저 놀랍다.

 

 

 

 

 

"어쭈~~ 좀 큰 녀석이네...ㅋㅋㅋ

요녀석이면 배가불러 두끼를 굶어도 되겠군"

 

 

 

 

 

"자~~ 삼키기 좋게 일단 물고기의 머리부터~~"

 

 

 

 

"그렇지... 제대로 자세를 잡았군"

"생각만 해도 벌써 군침이 솔솔 도는군 ㅎㅎㅎ" 

 

 

 

 

 

"아~~ 이제 삼켜볼까나"

"잠시만 기다려라 물고기야 맛있게 삼켜줄께"

 

왜가리는 그 특성상

부리로 물고기를 쪼아서 먹는게 아니고

일단 통째로 삼켰다가 다시 토해내어 새끼들에게

먹이거나 그냥 소화를 시킨다.

 

 

 

 

"어! 뭐야....왜 안되는거지?"

"켁...켁... 아이구야 왜 안 넘어 가는거야?

 

 

 

 

"헥~ 헥....휴~~ 아이구 힘들어라"

"분명 잘 잡았는데 왜 삼키질 못하는거지?"

"물고기 녀석 반항이 너무 심해서 그런가?"

 

큰 붕어인지 잉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입보다도 훨씬 큰 녀석을 억지로 삼키려

쉽게 될리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발버둥쳐 보는 왜가리...

 

 

 

 

"너무 큰 놈을 잡았나?"

 

그제서야

꿈을 깨기 시작하는 왜가리...

 

과유불급이라 했거늘...

그러다 도리어 니 부리 찢어지겠다 녀석아^^

 

 

 

 

 

서서히 지쳐가는 왜가리...

결국은 사냥감을 놓아주기로 결정한다.

 

"아이구 아까워라... 할 수없다 입이 너무 아파"  

 

 

 

 

그리고선

슬그머니 잡은 물고기를 놓아준다.

 

"내 지금은 놓아주지만 너를 다시 잡으리라"

"너무 안타깝다. 내 입이 왜 이렇게 작은거야?"

 

 

 

 

"반대 방향으로 자세를 돌려볼까나?"

 

조금전 상황은 금새 잊어버리

다시금 물고기 사냥에 몰입하는 왜가리...

 

 

 

 

"아항~~ 심심하니까 하품이 다 나오네"

 

이게 바로 왜가리의 울음이 아니라

왜가리의 하품이랍니다. 

 

 

 

 

"너무 조용하군.

물고기 녀석들이 눈치챘나?"

 

다시금 자세를 반대로 틀고 사냥을 하려는데...

 

 

 

 

"에이...포기다... 좀 있다 다시 오자"

 

그러고 보니 녀석의 뒤태는 왜가리가 아니라

독수리의 그 폼을 닮았다는 생각이...

 

 

 

 

그리고선 저렇게 물을 박찬다...

 

사냥에 성공했지만 사냥감이 너무 커서

막상 삼키지는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왜가리의 일상...

인간사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교도관 아저씨 잘 놀다 가세요 저 가요"

 

녀석 그래도 자리를 떠나면서

인사는 잊지 않고 가는군..

그려..잘 가라^^

 

 

 

 

그렇게 말없이 떠나가는

왜가리의 뒷 모습을 바라보려니

마음 한편으론 무척 안타깝고 씁쓸했다.

 

 

 

 

가을은 소리없이 내려앉는가 보다.

왜가리의 일상을 엿보다 만난 잠자리들의

활동모습에서도 여름날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듯 하다.

 

왜가리는 머리가 나빠

너무 큰 물고기를 잡았을까?

 

그러고 보면 왜가리의 그 모든 행동들

오묘한 자연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속에서 또 한가지를 배운 느낌이다.

 

오늘의 교훈은   

"내가 먹을 수 없는 큰 먹이는

절대 잡지를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