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아직도 일을 하고 계셨다.
95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걸
몸소 보여주시는 영양 수천할배...
가을빛 그윽한 곶감들은
처마끝에 대롱거리며 몸을 말리고 있었다.
어르신의 손길에서
녹아나듯 익어가는 곶감들은
그저 그런 곶감이 아니러니
맛 또한 일품이겠지^^
가을 추수를 마친 시골 농가의
전형적인 풍광이 보는이의 맘을 쨘하게 한다.
초롱 초롱 메달린 씨옥수수랑 보따리들은
내년을 기약하고 마루위에 어렴풋이 보이는 요강은
정다운 우리네 정서인양 하다.
어린 시절엔 곶감을 이렇게 말리지 않았다.
싸리나무 꼬챙이에 감을 꿰어 양쪽 새끼줄에
걸어서 말렸던 기억이 아련하다.
요즘의 곶감은 또 이렇게 말리는가 보다.
전문적으로 곶감을 생산하는 고장이 아니고
그저 추운 겨울철 주전부리로 사용될 곶감이기에
어르신들은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듯 했다.
국어사전에서 곶감을 찾아보았다.
명사 : 껍질 을 벗겨서 꼬챙이 에 꿰어 말린 감 .
그 꼬쟁이가 바로 싸리나무였던 기억이다.
그럼 저렇게 껍질을 벗겨서 줄에 대롱대롱 매단 감은
곶감이 아니란 말인가? ㅎㅎㅎ
그래도 곶감이러니..
아직도 채 수확하지 못한
뒷뜰 감나무에는 꽃처럼 피어난 감들이
겨울채비를 서두르는듯 하다.
제 고향 영양 우리 마을의 감 종류로는
물감, 안동감, 당감, 쪽감, 주실감, 속감, 따베감
등으로 불려졌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니고
그냥 마을 어르신들이 임의적으로 붙인
감의 종류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맛이 없던 물감 등은
감을 썰어서 말리던지 껍질을 주렁 주렁
말려서 꼬들꼬들하게 만든 다음
간식으로 대용했던 기억이다.
또한 군불 넣은 아랫목에
자루에 가득채워 삭혀서 먹기도 하고
항아리에 넣어서 삭혀 먹었던 기억도 난다.
물론 당시의 겨울철 간식으로는
감종류뿐 아니라 생고구마와 말린 고구마
생무 등도 포함되었다.
지난 추석때
스마트폰으로 우연하게 촬영하여
소개했던 95세의 경북 영양 저희 시골 옆집의
위풍 당당한 어르신 수천할배..
물론 택호가 수천이다.
저희 고향은 집성촌이라서 타성없이
다 할배 아제뻘의 먼 친척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나 이 수천할배의 성품은 워낙에 대쪽같은 분이라서
어린시절에 많이 혼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시조를 읊으시는 수천할배...
95세의 수천할배는
아직도 이렇게 지겟일을 하시고
감나무에서 족대로 손수 감을 따서 깍아
곶감을 말리고 계셨다.
처가집인 봉화에서 김장을 하고
잠시 어머님댁을 방문하여 옆집 어르신께
인사는 드리고 왔지만 주렁주렁한 곶감에 혼이 팔려
아련했던 지난날을 멍하니 회상하며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왔다.
저희 고향 경북 영양엔
95세의 연세에도 아직도 지게를 지시고
손수 감을 따서 곶감을 말리는
수천할배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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