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안동을 다녀왔습니다.
막내 처제의 득남 소식에
부리나케 안동병원을 방문하고
올라오면서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하여
예천 용궁 순대국을 먹기로 하고
잠시 휴식하였습니다.
물론 용궁하면
제가 좋아하는 간이역인
용궁역 근처가 용궁순대로 유명하기에
잘 되었다고 나름 생각했죠..
2012년 5월 어느 블로그에서
용궁역 플랫폼의 투박스런 의자를 발견하고선
우연한 기회에 처음 방문했던 곳...
2년이 지난 지금은 주변이
제법 많이 달라지고 변하긴 했지만
2014년 가을에 만나는 예천의 간이역 용궁역은
어떤 모습으로 여행객을 반겨주는지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간이역 사랑은 계속됩니다...
지금 현재의 예천 용궁역의 모습...
뭔가 모르게 부족한 느낌?
뭔가 모르게 휑한 느낌?
2년 6개월전인
2012년 5월의 모습입니다.
토끼간 빵을 생산해서 판매한다는 이유로
용궁 간이역사 앞을 이토록 황페화 시켜 버리다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작년에 항의도 한번 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더라구요.
그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자원 홍보에 혈안이 된듯한
느낌만 들었습니다.
늙은 나무들로 우거진 작은 간이역사의
아련한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답니다.
역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전히 기차가 정차는 하지만
역무원이 배치 되지는 않은 간이역이었으며,
지난번 방문때의 우측 토끼간 빵집 말고도
좌측에 새로이 자라라는 이름으로
카페가 생겼더군요.
잘한건지 잘못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렇게 퇴색해 버린 맞이방이
무척 쓸쓸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차는 아직도 제법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선로로 나왔습니다.
다시 반대편 선로로 넘어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가물가물한 선로 끝에서
굉음의 긴 기적소리를 울리며 기차 한대가
성큼 달려올것 같았습니다.
예천 영주 방향의 모습입니다.
저만치 아내가 플렛폼을 홀로 거닐고 있습니다.
아내랑은 결혼전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차여행도
함께 했지만 이렇게 간이역을 거닐어 보긴
처음인것 같습니다.
대한통운 하적장에도
슬그머니 눈길을 한번 주구요^^
저만치 내가 찾는 그 무엇인가가 보입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이 의자입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겠죠?
블로그 대문에 걸어두고 보고플때
매일 바라볼 정도이니...
늘 그래왔듯이 그 투박한 의자에
앉아 보았습니다.
정적이 가득한 작은 간이역 플렛폼 의자...
아내도 앉아 보았습니다.
이럴때 기차라도 한대 들어와 주면 좋으련만
도저히 시간은 맞출 수가 없더군요.
뭔가 쓸쓸해 보이는 간이역 플렛폼 의자에서
저렇게 미소지으며 앉을 수 있다는것도
제겐 큰 기쁨인것 같습니다.
제발 오래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랬듯이 어느 누군가 또
저 의자에 홀려서 불현듯 이곳으로 달려올지
아무도 모르자나요.
지난날을 추억하며
새로이 써 내려가는 간이역 여행...
눈으로 보여지는 여행이 아닌
가슴으로 써 내려가며 담아낼 수 있는
지금 우리네 삶과 함께해 온 간이역 이야기...
철제 의자에 나무 몇개 대충 걸치고
칠한 페인트는 벗겨질때로 벗겨진 못생기고
불편해 보이는 아슬아슬한 의자일지라도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쉼터요 휴식이었을테니...
기차역에 기적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정적이 감돌기만 하는 경북선 예천 용궁역...
기존엔 봄에 두번 다녀왔고
이번엔 가을 문턱에서 방문했지만
아스라이 전해지는 그 느낌은 변함이 없다는...
인근엔 유명한 회룡포가 있으며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도 있답니다.
용궁이라는 지명 덕분에 용이 꿈틀거리기도 하고
토끼간 빵과 자라 카페도 존재하는 용궁역...
선로옆 흔들의자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며 지난날 잊혀진
기적소리를 되새김하는 아내의 뒷모습은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간이역의
역사를 대변하는듯 합니다.
조금 귀엽고 요상하게 생긴 나무로 만든 용의 뿔에는
가을을 노래하는 잠자리 한마리가 버릇없이 앉아 있더이다.
안쪽을 다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분명 이곳도 전형적인 아날로그 간이역이었는데
지금 묻어나는 느낌은 그러하질 않으니
다음 방문엔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도리어 걱정이 앞서더군요.
입구쪽엔 용궁을 상징하는
다양한 벽화들로 채색되어 있구요.
거대한 입간판에 눈이 멈췄습니다.
용궁역 토끼간 빵은 예천군의 특산품이더군요.
원래 용궁은 순대로 유명한 곳인데...
용궁역 입구 맞은편의 식당으로
많은분들이 드나들고 있어 우리도 덩달아
따라 들어가서 때늦은 민생고를 해결했습니다.
그 유명한 용궁순대국으로...
제법 깔끔하게 잘 먹은것 같습니다.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먹은게 맞는가 봅니다^^
이곳 용궁면 소재지에는
용궁순대라는 간판이 많은데
이제껏 세곳에서 맛을 보았으며
조금씩 각기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간이역을 참 좋아합니다.
물론 전국적으로 가 보고 싶은 간이역이 많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기회가 될때마다
둘러보고 싶습니다.
예천의 이쁜 간이역 용궁역은
아주 오래되고 그 보존의 가치가 높아
등록문화재로 지정관리될 정도는 아니지만
지나온 우리네 삶에서 꼬깃 꼬깃 묶어둔
소중한 보따리를 풀어보는 재미가
유난히 좋은 곳입니다.
용궁역 플렛폼의 그 투박스런 철제의자는
앞으로 오래도록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잘 보존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내 마음의 풍금
예천 간이역 용궁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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