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기

기적소리 마저 멈춰버린 시골 간이역 양평 석불역의 늦봄 이야기...

금모래은모래 2014. 4. 21. 06:00

 

 

 

지난 주말 시간엔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로 인해

각종 봄행사들이 취소되고 온 국민들이

울부짖음과 침통한 슬픔의 시간을 보낸듯 하다.

 

그저께 토요일 이른 아침 시간...

관련 행사가 취소되어 인근에 두릅사냥이나

다녀오자는 아내의 제의를 받아들여

두릅과 돌미나리밭을 다녀왔다.

 

그러다가 여주와 경계지역인 양평 망미리에서

양평의 간이역인 구 석불역 근처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도로변 벚꽃을 보고선 완전히

놀랬다는 사실..분명 그제 토요일이라는..

 

이젠 기차가 다니지 않아 폐역이 된

중앙선의 간이역 석불역의 작은 흔적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네 추억의 조각들을 찾아보자. 

 

 

 

석불역이 있는 망미리 마을길...

 

2014년 4월 19일 현상이 이러하다.

그러고 보니 올 한해는 날씨가 참 요상하다^^

 

이천 여주 양평 주변에서 조차도

이젠 벚꽃보기가 어려운데...

 

 

 

 

사라져 가는 간이역 석불역에 도착했다..

긴세월 함께해 온 시골 간이역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석불역은 능내역과 같은 해(1967년)에 역사를 지었다고 하며

겉 모양은 지금은 철거된 옛 아신역사와도 닮은꼴이라고 한다.

 

석불역(石佛驛).

돌부처라는 두드러지게 다른 역 이름 때문에

어떻게 붙여진 역 이름인지 알려지지 않아 더욱 그렇다.

 

망미리 역사 자료에서 찾을 수 있었다.

1914년 지방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론리, 석불리, 신대리를 합쳐

망미산 밑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망미리로 이름을 붙이고 지평면에 편입하였다.

 

돌부처가 서 있다 해서 이름 붙은 석불리가

망미리의 최고 마을이었으며 섬부리로 바꾸어 불러온 셈이다.

석불역 가는 길에 석불의 돌부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석불역 앞이 고려 후기 옛 절터였던 듯하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도 않는 폐역이 되어

지금은 그저 흐린 흔적만이 그윽하여

석불역 흑백사진을 모셔봤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추억하였다.

"이제 너도 기억속으로 사라지는구나..."

아마도 이곳 석불역이랑 친구 사이인 모양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가득한 그런 친구...

 

 

 

 

허물어져 가는 그 아름다움이

도리어 깊이 각인되는 석불역의 뒷태..

그동안의 우리네 삶과 함께여서 일까?

 

 

 

 

역사 뒷편의 빛바랜 복사꽃과

망미리 도로변의 늦동이 벚꽃길이

유난히 아름다운 봄날이다.

 

 

 

 

석불역은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다..

이 간이역은 선로가 변경되는 바람에 폐역이 되고

인근의 마을로 옮겨간 것이라고 해야되나?

 

하여간 현재 신 석불역에는

중앙선의 기차가 두어번 멈춘다고 한다.

 

 

 

 

몇 평 안 되는 석불역의 작은 맞이방에 놓인 나무 벤치는

특이하게도 키 작은 할머니라도 다리 죽 뻗고

편히 앉으실 수 있을 정도로 낮았다.

 

잠겨진 창가에서 바라 보았지만

무척이나 저 나무 의자에 앉아보고 싶었다.

 

 

 

 

사라져 가는 것이지만

그 당시엔 소중한 우리네 삶이었을 듯...

구 석불역은 이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조금씩 사라지려나 보다...

 

 

 

 

기적소리 떠난 자리엔 선로마저

사라지고 없다..

 

 

 

 

구 석불역 앞은 지금도 논밭이며

마을에서 집이 모여 있는 곳과 거리가 조금 있어

다른 시골 간이역보다 불편한데도 한때는 하루 300명 이상이

타고 내렸고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200명 이상 찾았던 곳이었다.

 

이른 아침이면 통근열차 타고 학교 가는 학생이 있었을 테고,

몇 사람 앉으면 복잡한 맞이방에는 동네 할머니와 아주머니 몇 분께서

기차를 기다리며 도란도란 말씀을 나누셨을 듯하고

맞이방 입구 차양 밑에는 보따리 짐이 가득 놓여 있고

완행열차 서면 낡은 플랫폼에 사람들이

붐볐을 그림이 그려진다.

 

 

 

 

너는 어딜가니? 

 

 

 

 

흔적...

 

 

 

 

이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안녕 석불역....

아니 이젠 구 석불역^^

 

 

 

 

저만치 여행자의 차량 뒤로

인기척에 놀란 어린고라니 한마리가

예전에 있었을 선로를 가로질러 내달리고 있다. 

 

 

 

 

생노병사...

 

 

 

 

 

 

 

새악시의 미소를 닮은 석불역 복사꽃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석불역은 외딴곳에 자릴 잡고 있는

아주 외로운 간이역이다.

 

이젠 그마저도 어려워 폐역이 되었으며

허름하게 쌓인 먼지마저도 사라질 위기이다.

홀로 거닐며 호젓한 추억을 되새김하기 좋은 곳...

 

인근에 새롭게 들어선 신 석불역의

아담한 이쁨보다는 아직은 이토록 허물어져 가지만

우리네 추억이 구석구석 묻어나는 구 석불역의

작은 흔적이 좋은 까닦은?

 

 

 

 

 

인근의 산의 이름이 고래산이라고 한다.

망미산과 더불어 고래산이라...

 

 

 

 

이젠 사라져가는 시골 간이역인

양평의 구 석불역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차를 세우고 다시금 도로변의 늦동이 벚꽃길을

응시하듯 앵글에 담아본다...

 

여기서 불과 작은재를 하나 넘으면

벚꽃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푸르름으로 가득한데

이곳 지형이 독특하여 유난히 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보다.

 

시골의 간이역을 다녀오면

언제나 마음은 쨘해지기 마련이다...

특히나 토해내는 기차의 울부짖는 기적소리가

멈춰진 곳에서는 더더욱 아련한 흑백추억인양 하다.

 

선로의 복선화와 전철화로

간이역은 하나씩 둘씩 사라지겠지만

그 추억들은 그만큼 더 오래도록 추억되리라...

 

 

 

 

세월호 침몰사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특히나 상처가 크신 유가족 여러분들..

용기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