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이야기

예천 간이역 '어등역'에서 내 마음의 풍금으로 수를 놓다...

금모래은모래 2014. 3. 20. 06:00

 

 

 

추억의 간이역을 다녀왔습니다.

경북 김천과 영주를 연결하는 경북선 가운데

예천군 보문면의 어등역이라는 작은 간이역입니다.

영주와 예천 사이의 유일한 역사이죠.

 

지금은 정차하는 기차는 없으며

화물기차를 포함하여 하루 18회 기차가

그냥 지나친다고 합니다.

 

이곳 어등역에서 운좋게 영주방향으로 가는 

이쁜 여객 열차를 만나기도 하였으며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찾은

간이역 어등역입니다.

 

 

 

백과사전에서 어등역을 찾아보았다.

 

어등역(魚登驛)은

경상북도 예천군 보문면 독양리에 위치한

경북선의 철도역이다.

지금은 열차가 정차 하지 않는

무배치간이역이다.

 

  • 1966년 10월 11일 : 보통역으로 영업 개시
  • 1994년 1월 11일 : 화물 취급 중지
  • 1997년 6월 1일 : 역원배치간이역으로 격하
  • 2004년 12월 10일 : 역원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
  • 2007년 6월 1일 : 여객 취급 중지 

 

 

 

역사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토록 허전한 기운만 가득하게 넘쳐난다.

 

 

 

 

예천 김천 방향의 선로를

봄비를 맞으며 지긋이 바라 보았는데

시골의 간이역답게 주변엔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그럼 영주 방향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조용한 전형적인 간이역...  

 

 

 

 

건너와서 역사를 바라 보았다.

 

어등역...

 

도대체 이곳 동네 이름도 아닌

어등역이란 문구가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궁금한 나머지 어등역의 지명과 관련된 사항을

인터넷을 이용하여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이곳의 지명은 독양리지만

1914년 군면 통페합이 되면서 사라진 지명 가운데

이 어등역과 가까운 곳에 어등동이라는 동네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옥천동으로 통합되어 시골동네에서나

어등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봄비 내리는 날의 간이역 선로....

문득 마주한 저 멀리서 커다란 기적소리라도 울리며

굉음의 화물기차라도 한대 달려올듯한 분위기... 

 

 

 

 

가을날의 흔적이 선로 곳곳에 남아 있어

인적이 없는 어등역은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영주 방향에서 일을 마친 철도 선로보수원 한분이

저만치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오고 계신다.

 

 

 

 

"예천 방향에서 곧 기차가 한대 들어옵니다"

라고 빙그레 미소 지으시며 한마디 하고 가신다.

가늘게 내리는 봄비를 피하지도 않고 그냥 맞이하며...

 

앗싸!!!

기차가 들어온단 말이지..ㅋㅋㅋ    

 

 

 

 

불과 1~2분 사이에

정말이지 이상하게 생긴 기차가 한대 들어오고 있다.

 

기차의 몸통에는 온통 알록달록하게 칠하고

도대체 요즘의 기차는 예전처럼 추억할 수는 없고

지자체의 여행 관광홍보에 앞장서는것 같았다.

 

 

 

 

여객 기차임에도 기차의 이름도 있다.

이 기차의 이름은 '경북관광 순환테마열차'라고 한다.

전면엔 하회탈을 배치하고 옆면엔 경북 지역의

관광지가 벽화처럼 도배되어 있다.

 

 

 

 

정차하지 않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관광열차의 꽁무니를 우두커니 바라 보았다.

 

한번쯤 기적이라도 울려주길 기대했지만

그냥 그렇게 영주방향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기차의 후미에서도 여전히 하회탈은 웃고 있었다.

 

 

 

 

그렇게 후다닥 관광열차가 떠나가 버린 어등역은

또 다시 고요의 간이역이 되고 말았다.

 

홀로 여행객의 안부는 결코 물어보지도 않고... 

 

 

 

 

기차가 다니지 않는 안쪽 선로를

가늘게 내리는 봄비를 그냥 맞으며 말없이

홀로 거닐어 보았다. 

 

 

 

 

여느 간이역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블록형 담장을 이곳 어등역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되고 보존의 가치가 높은 등록문화재로

등재는 되질 않았지만 여기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것은

지난날 우리네 삶의 한부분을 감당했던 전설같은 간이역 이야기와

이 어등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숨소리였다.

 

 

 

 

봄비 맞은 노랭이...

 

간이역사 옆 한그루의 산수유 나무에서는

노오란 산수유꽃이 비를 맞으면서도

세상바라기를 시작하고 있다.

 

 

 

 

간이역...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시골에서 자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차를

처음 타 봤거던요.

 

물론 그 뒤에

기차를 많이도 탔지만 말입니다.

야간기차를 타고 잠이 들어 하차할 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통과한 경험도 몇번이나 되거던요. 

 

그때 고등학교 다닐때

기차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너무 부러웠답니다.

 

 

 

 

곤충의 도시이자

충효의 고장인 예천...

 

봄비 내리는 어느날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의 맘으로

불현듯 찾아나선 예천의 간이역 어등역..

역시나 좋은 추억만 가득 담았습니다.

 

간이역은

그냥 지난날을 추억하는

단순한 기차역이 아닌 우리네 삶과

직결되는 뭔가가 있는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회 닿을때마다

간이역을 찾아 내마음의 풍금으로

고운 수를 놓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