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하얀 배꽃 사랑과 피 자두꽃 시노래...

금모래은모래 2012. 4. 28. 08:00

 

 

 

자두나무 정류장

 

              - 박성우 -


외딴 강마을
자두나무 정류장에

비가 와서 내린다
눈이 와서 내린다
달이 와서 내린다
별이 와서 내린다

나는 자주자주
자두나무정류장에 간다

비가 와도 가고
눈이 와도 가고
달이 와도 가고
별이 와도 간다

덜커덩덜커덩 왔는데
두근두근 바짝바짝 왔는데
암도 안 나와 있으면 서운하니까

비가 오면 비 마중
눈이 오면 눈 마중
달이 오면 달 마중
별이 오면 별 마중 간다

온다는 기별도 없이

비가 와서 후다닥 내린다
눈이 와서 휘이잉 내린다
찰바당찰바당 달이 와서 내린다
우르르 뭇별이 몰려와서 와르르 깔깔 내린다

북적북적한 자두나무 정류장에는
왕왕, 장에 갔다 오는 할매도 허청허청 섞여 내린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피자두 꽃이라고 하는데?

 

 

 

 

 

 

 

이화에 월백하고

 

                     - 이조년(李兆年) -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졔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아랴마난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야 잠 못 드러 하노라.


 


- 시조풀이 -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히 비치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 무렵을 알리는 때에
배꽃 한 가지에 어린 봄날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듯 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배꽃 지는 밤

                                   - 도종환 -


어제 핀 배꽃이 소리없이 지는 밤입니다
많은 별들 중에 큰 별 하나가 이마 위에 뜹니다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소리없이 울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밤 가만히 제게 오는

당신의 눈빛 한 줄 만납니다

 

 

 

 

 

 

 

 

 

민들레의 연가


 

                           - 이해인 -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신기한 노랑 민들레 하나 

 

                   

                    - 김항식 -


  
3월 14일
따뜻한 오후
2004년

신기하다
노랑 민들레 하나

잎은 바짝 땅에 붙고
꽃대도 없는
노랑 민들레 하나

자갈 깔린 마당
돌 사이에 피어난
노랑 민들레 하나

놀랍다는 느낌이
가슴에서 배로
스쳐 간다

정말 처음이야
저 노랑 민들레는
정말 신기해

 

 

 

 

 

 

배꽃이 피면

 

                         - 마종하 -

 

 

배꽃이 피면 내 님은 돌아올까
은의 월츠 반짝이는 달빛 속에
그대의 웃는 이빨 차고 시려서


배곷이 피면 강물도 푸르러
불 밝힌 열차가 서럽게 떠나는 밤

저녁 잠결에서 깨어나 앉으면
창 밖엔 어느새 희게 웃는 바람소리

빗발은 밝게 꽃잎에 부서지고
멀리서는 떠난 밤차의 긴긴 울음소리

배꽃이 피면 끊어질 듯 서러워
달빛은 물빛 크림 상기도 싱그러워

그대의 붉은 손은 내 가슴에 어른거려
오 코를 묻네 눈을 감네 향기로 뜨네

 

 

 

 

 

퇴근길에...

회사 앞의 배밭을

잠시 헤매 보았습니다.

 

저희 회사 근처엔

의외로 배밭이 많거던요.

몇해전까지만 해도

마을에서 배꽃축제도 했었구요..

신해리 배꽃 축제라고..ㅎㅎㅎ 

 

손바닥 만큼 남은

햇살 한 조각이 맘을 바쁘게만 하는 

퇴근길의 배밭 나들이...

 

하얀 배꽃이 만발하고

연분홍 핏빛의 피자두 꽃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지만

쉬는날마다 비가 내려

이러다가 봄꽃 한번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성큼 무더운 여름날을 맞이해야 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문득^^ 

 

이렇게

우리네 봄은

깊어만 가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