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날
대전을 다녀 오면서
오후엔 진천의 농다리를 다녀왔습니다.
천년의 숨소리가 전해진다는
각종 인터넷상의 농다리 경험담처럼
진천 농다리에서는 여느 다리에서 느껴 보지 못한
강한 기운이 전해져 왔습니다.
대전에서 출발할때는
무척이나 쾌청한 날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 도착하니 하늘이 잔뜩 흐려지고
검은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비를 토해낼 듯 하더군요.
이런 젠장~날씨 하고는...
진천 농다리에 대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나오더군요.
주소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601-32
농다리는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과 가리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돌로 축조한 돌다리인데
지금으로부터 약 900여년전 고려 때 축조되었다고 전해진다.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8호의 돌다리로
원래는 28수를 응용하여 28칸의 교각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양쪽 2칸씩이 줄어 24칸만 남아 있다.
그 위에 길이 170㎝ 내외
넓이 80㎝, 두께 20㎝ 정도의 장대석 1개나
길이 130㎝, 넓이 60㎝, 두께 16㎝ 정도의
장대석 2개를 나란히 얹어 만들었다.
진천농다리는 낙석으로 다리를 쌓은 방법이나
다리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축조한 기술이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라고 한다.
성벽을 걸으면
다리가 튼튼해 진다는 설이 있는데
이 농다리를 건너도 다리가 튼튼해 질려는지
의외로 방문객들이 많았답니다.
생각보다 농다리의 폭이
상당히 넓었습니다.
가족단위의 많은 방문객들이
농다리를 건너서 반대편의 전망대쪽까지
왕복하더군요.
농다리 중간에서
갑자기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한컷 담아보았습니다.
바로 머리위를 나르는
새까만 철새떼들이었습니다.
사진상으로 얼핏 보기엔
한반도의 남쪽부분을 닮은 듯한 무리가
새까맣게 떼를 지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가창오리인지 무슨 조류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높이
날고 있었답니다.
노모의 손을 꼭 잡고
농다리를 건너는 착한 아들과,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농다리를 건너는 엄마의 손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삼일절 오후였습니다.
농다리는
과학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추가적인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진천의 농다리는
돌을 차곡차곡 쌓아
두툼하고 튼실한 교각을 여러 개 만들고,
교각 사이에 넓적한 돌을 하나씩 얹어 다리를 만들었다.
전혀 공학적이지도 않고 조형미 따위는
아예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또 다리가 곧게 펴진 것도 아니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강을 건너는 꼴이다.
한마디로 지독하게 못 생긴 다리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농다리 앞에 선 사람들은
투박한 생김새엔 별 관심이 없다.
신기하다는 듯 눈동자를 반짝이며
냉큼 농다리 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개중에는 마치 고무줄 놀이라도 하듯
폴짝대며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경계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다.
왜 그럴까…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다리인데.
더구나 어찌보면 좀 흉물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다리가 아닌가.
그러나 직접 농다리를 건너 보면 안다.
되는 대로 쌓은 듯한 두툼한 교각이나
무심한 듯 얹어놓은 상판돌이나
또 그 교각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미호천의 물살이나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다.
생김이 좀 뭉툭하고 미련스러워 보이는 것조차도
그저 정겹게 느껴질 뿐이다.
농다리는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확실치 않다.
다만 1932년에 발행된
상산지(常山誌, 진천의 옛 지명이 상산이었다고 함)에
농다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농교(농다리)는 상산군의 남쪽 1리에 있는데
세금천(미호천의 옛 이름)과 가리천이 합류하는
굴치산 앞에 있는 다리이다.
지금으로부터 900여 년 전
임장군이라는 사람이 창설하였는데 (중략)
장마물이 넘칠 때면 다리 위로 흘러 몇 길에 이르고
노한 파도와 놀란 물결이 그 사이에서 소리를 내었다.
일찍이 하나의 돌도 달아나지 않았지만
세월이 오래되어 네 칸이 매몰되어 지금은 25칸이다.
그 설치된 것을 돌아본 즉,
흩어져 있는 돌을 포개어 쌓은 것에 불과한데도
험한 여울에 가로질러 있으면서
능히 천년의 오랜 시간을 지탱하였으니
세상에서 신기하다고 일컫는 것이 당연하다.”
이 기록으로 농다리가
천 년 다리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실제 천 년이 되었는지는
달리 확인할 길이 없지만
오래되기는 징하게 오랜 된
다리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홀연히 농다리를 건너는
두 모녀의 물빛 그림자에서
천년의 세월을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숭고함으로 인해 숙연한 맘마저 들었습니다.
오래전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이 이 농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네요.
그외에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노란손수건 등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답니다.
바로 옆 중부고속도로를 오가며
진작에 눈홀김으로 많이 봐 왔지만
직접 현장에 내려가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농다리는 정말 과학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것 같았습니다.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진
별 볼품없는 농다리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물 흐름을 이해하여 정교하게 배치된 돌 이음의
모양새에서는 그냥 대충 쌓아올린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천군에서 많은 홍보가 있었는지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중부고속도로변에
홍보 간판도 크게 세웠으며
이웃한 초평지와 함께 다양한 관광상품을
연출해 내고 있는 모습에서
농다리의 관리 및 보존에 대한 우리네 생각이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쳔년의 혼이 살아 숨쉬는
진천의 농다리..
진작에 한번
다녀 왔으면 했는데
이렇듯 때이른 봄날 오후에
후다닥 다녀오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충북 진천의
농다리는 과학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기도 하구요.
꼭 기억하시길 바래요.
농다리의 소중함과 보존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좀더 많은분들이 애정어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진천이 농다리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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