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나의 퇴근길...

금모래은모래 2011. 11. 4. 08:32

 

 

 

나는 가족과 함께 경기도 이천시내에서 살고있다.

직장이 있는 여주의 가남까지는 편도 20km 정도 되지만

개인 승용차로 다닐 경우 거의 15분 정도가 소요되어

아주 적당한 거리에 살고있는것 같다. 

 

교도소에 근무하는 우리 교도관들은

근무환경 및 시간대별 근무시간의 편성이

뭐라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무업무와 보안현장업무로 구분되어져

 자신이 맡은 보직에 따라 매일 오후 여섯시면 퇴근하는 팀이 있고

3~4일에 한번씩 야근하는 팀은 아침 9시가 되어야만

퇴근할 수 있다.

 

하지만

보안현장팀에서 직원의 공백이 생길 경우

다른 사무실 팀에서 지원 근무를 들어가기도 한다.

 

지금의 나의 보직은

수용자 고충해결 및 진정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으며

뭔가 특별한 안건을 새롭게 기안해 내기도 하고

도출된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팀의 큰 행사시 아낌없는 지원도 한다. 

 

근무 난이도면에서는

상당히 널 뛰듯이 오락가락하는 편이다.

바쁠땐 점심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때가 있고

조용할땐 한없이 조용하기도 한

아주 특별한 일을 맡아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현장 근무자의 공백으로 인해

한달에 서너번은 야근 지원 근무를 마치고

아침 9시에 퇴근하는 날도 있다.

 

 

 

 

 

 

야근이라함은 어둠의 시간 15시간 중

6시간 정도는 교대로 취침을 하고

나머지 시간엔 다양한 형태의 근무를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퇴근하는 아침 시간에 최초로 나를 반겨 주는건 다름아닌

주차장에서의 빛고운 가을 단풍들이다.

 

 

 

 

 

 

주차장 주위엔 이렇게 화려한 단풍들이 즐비하여

가끔은 바로 퇴근하지 않고

멍하니 시선을 고정하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출발하기도 한다.  

 

 

 

 

 

 

 

2011년도의 가을날엔

작년의 그것과는 또다른

단풍맛이 느껴지기도 하여

상당히 가슴이 벅차다.

 

생각보다 오랜시간 동안 우리네와 함께 머물러 줘서

단풍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아침 9시 퇴근무렵 문을 나서면 주차장 입구에서

바닥에 뒹구는 낙엽을 만날 수 있다. 

 

 

 

 

 

 

 

다시 고개를 들면

이런 화려함으로 무장한 붉은단풍의

집단 세력들이 가을 햇살을 내리쬐고 있다.

 

몸을 말리고 있는건지

아니면 패션쇼를 하는건지는 모르겠다. 

 

 

 

 

 

 

 

단풍 나무가 아닌 또 다른 녀석의 단풍빛.

 

 

 

 

 

 

가을빛 화려한 단풍의 고운 자태를 가슴에 담고

슬그머니 주차장을 출발한다.

 

 

 

 

 

 

회사로 진입하는 입구의 첫번째 다리에서

만나는 또 다른 가을 이미지....

 

지난 여름날 쏟아지는 붕어 대박으로 인해

많은 낚시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바로 그 곳이다. 

 

 

 

 

 

 

영동고속도로를 넘어가는 길...

 

저 멀리 유럽식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의 여느 회사의 교육 연수원을 닮은

우리 회사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시크릿 가든 등의 촬영지인

'마임빌리지' 연수원 뒷편의 모습이다.

 

KBS 송신탑이 있는 소나무숲 사이로 울긋 불긋한

단풍빛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황량한 논에는 한해 농사를 마감했다는 증거물인

 하얀 마시멜로를 닮은 어떤 녀석들이

이리저리 나 뒹굴기도 한다.

 

 

 

 

 

 

 

또 다른 다리위에 잠시 차를 세웠다.

여기선 흐르는 강물위로 작은 철새 도래지가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단풍빛이 아닌 또다른 가을빛은

오가는이의 시선을 고정하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여주를 벗어나 이천 시내로 접어들었다.

몇개의 작은 다리를 건너고 또 다시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저 멀리 경기도 광주시와 이천시의 경계지역인

원적산 천덕봉 머리 위로 뭉게구름이

두리둥실 헤엄치고 다닌다.  

 

 

 

 

 

 

 

드디어 우리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며

번쩍 눈에 들어오는 붉은 녀석들..

아니나 다를까 붉은 단풍 바로 그 녀석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주 가까운 곳에 

이렇게 화려한 녀석들이 숨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이건 완전 대박이다.    

 

 

 

 

 

 

 

단풍으로 유명한 여느 계곡에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나무 밑에서 하늘햇살을 향해 

몰래 숨어서 지켜본 녀석들의 몸 빛깔은

황홀함의 극치를 달렸다. 

 

해질녘 퇴근할땐 어둠에 숨어있어 못 보던 녀석들이

아침 나절엔 이렇게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저만치 한켠의 자전거 주차장 지붕도

노란색 은행잎으로 완전하게 도배되어 있었다. 

 

 

 

 

 

 

 

지상에 주차된 검은색 차량 지붕 위의

어떤 가을날의 모습...

 

한해의 생을 마감하는 여러 종류의 낙엽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낙하하는

그 모습이 우리네 삶과

무엇이 다를까?  

 

 

 

 

 

 

 

호박잎에서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세월의 무게로 인해 받은

상처의 흔적들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이렇게 회사에서 집앞까지의

가을날의 나의 퇴근길엔

신비로운 우리 삶의

볼거리와 이야기꺼리가

있어 너무 좋다.

 

오가는 길엔 교통방송을 듣기도 하고

시 낭송을 듣기도 하고

신나는 딴따라를

흥얼대기도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니 이 또한

우리네 삶의 즐거움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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