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엔 집에서 가까운
세종대왕 능인 영릉을 다녀왔습니다.
영능옆의 세종산림욕장에서 산보도하고 운동도 하려고
겸사 겸사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가을은
이렇게나 토실토실 영글어만 가더이다.
특별히 관리가 잘된 세종대왕능 주위엔
이런 쉼터가 참 많답니다.
오래된 고목이랑 여러 주변경관이 관리가 잘 되어
이웃한 많은 사람들이 휴일이면 자주 찾는 곳 중 한 곳이기도 하죠.
작은산을 오르다가 계단에서 처음으로
만난 어린 청솔모입니다.
"아저씨 뭘 보슈~~?" 하는 어린 녀석의 표정이
완전 압권이죠.
또다른 도토리 나무에서
조금 더 늙은(?) 또다른 청솔모 녀석을 만났습니다.
"도토리로 식사 준비하는데 개니 사진 찍고 난리여" 하는
저 눈빛이 보이시죠...
그 녀석의 나무위에서의 이동 동선을 따라서
저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 왈....
"ㅋㅋㅋ 그 아저씨 정말 질기네 계속 따라오고 그러슈~~" 하면서
지긋이 웃으며 눈도 한번 감아봅니다.
나무 위라고 여유를 부린다 이 말이죠^^
그러더니 순간적으로 번개와 같은 스피드를 발휘하며
휘~휙~~ 다른 나무로 옯겨 가더군요.
그녀석 하는 말이 바람과 함께 들려오더이다.
"이렇게 빨리 옮겨가면 이젠 못 따라 오겠지" 하더군요.
그렇다고 놓칠새라
저도 바람과 함께 빠르게 부지런히 따라 붙었습니다..
그런데 이녀석도 숨이 차나 봅니다.
"아이구 숨차라~~이 아저씨 정말 대단하네...
이젠 제발 그만 따라 오슈~~~" 하네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숨이차서 헐떡이며)
"메롱이다..아냐 계속 따라갈래..헥헥~~"
다시 도망갈 기새를 보이는 녀석....
이리 봤다가 저리 봤다가 어디로 갈까 망설이며 고민하는 녀석.
"이상하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나?.....
저 진사 아저씨한테 모델료나 달라고 해 볼까?
일순간~~후다닥~~
"에라 모르겠다 일단 내빼자" 하며
다시금 냅다 나무위로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번개같은 동작의 녀석...
그렇다고 나도 질세라....
녀석과 같이 후다닥 후다닥~~~
"저 아저씨 햇갈리게나 해야겠다" 하며
혼자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나무타기 재주 부리는 녀석.....
그녀석 재주에 조금 혼란스럽긴하다...
일순간....
지친 기색이 역력한 청솔모 녀석...
땅 바닥에 주저앉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네요....
"아이구~ 아저씨 같은 사람 첨 보네요...
내가 워디가 글케 잘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맘 놓고 함 찍어 보이소~~"
"이젠 나도 지쳤소~~"
"니가 찍으라고 폼은 잡는다 만은
니를 쫒아 다니느라 나도 지쳐서리
이젠 너 그만 찍을란다...."
빛고운 가을날 청솔모와의 야트막한
야산에서의 한판 달리기 경주였습니다. ^^
세종대왕의 능답게 가로등의 기둥도
이렇게 웅장하고 멋드러지게 설치가 되어 있네요...
산비탈의 길 바닥엔 가을전사들의 흔적들이
이렇게나 즐비하구요....
조금씩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단풍빛 가을색은
이 가을의 깊이를 알수 있구요~
작은 낙엽들의 '묘기대행진'~~
올 가을은 유난히 가을스런것 같습니다.
익어가는 알곡의 소리가 느껴지기도 하고
파란 가을하늘의 뭉게구름에서는
여느해와는 다른 비장한 가을채비가
성큼 다가와 있더이다.
이 가을
더 많이, 더 크게, 더 풍성한 나날들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