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최근에 몇몇 산을 오르면서
문득 성철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산을 타면서 다시금 느낀건
더 많이 내려놓고 시작해야 된다는
귀한 진리를 배우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산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눈에 보이면 보이는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야 되는데 우리는 무언가 큰것을
얻으려 하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그저 바쁜것만 같았습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산 가운데
조망권 좋은 하남 검단산을 다녀왔습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정말 많은 인파들이었습니다.
산행 초입에서 주차하기 조차 힘들었으니까요.
올라갈때 잘 몰랐던
검단산 등산 안내도입니다.
저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뒷편에
겨우 차를 주차하고 일상적인 코스인
호국사 옆으로 올랐습니다.
오전 11시에 들머리에서 출발했는데
중간에서 하산하는분들을 많이도 만났습니다.
직장에서 단체로 오신분들 같았습니다.
일찍 산행을 마치고 다른곳으로
이동하는것 같더군요.
오르는 계곡에서 만난 얼음알입니다.
얼음알이라고 표현한건 그냥 임의로 붙였습니다.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그 신비스러움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평탄한 입구쪽과는 다르게
제법 가파른 언덕길이 대단하더군요.
저는 서둘 필요도 없었습니다.
천천히 쉬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놀아 놀아 올랐습니다.
저렇게 단체로 산행을 하게 되면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여야 될때가
생각보다 많기에 말입니다.
오르면서 하산하는 팀을 얼마나 만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쉬엄 쉬엄 올라도
1시간 반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지만 7부 능선 정도의
계단길은 제법이었습니다.
특히나 저같은 초보자에겐 말입니다^^
그래도 재밌게 잘 올랐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출발한지 1시간 반만에 말입니다.
넓은 공간엔 수많은 인파속에
막걸리와 오뎅을 포함한 먹거리를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더군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좌우의 조망을 즐겨보았습니다.
미세먼지 덕분인지
그렇게 깽하지는 않아도
서울시내 최고의 빌딩
롯데타워도 저만치 보이구요.
정상석 앞에 너무 많은 이들이
줄을 서다시피 해서 이렇게 기념샷도 남겨보구요.
앗!
그런데 야생의 새들이
사람들과 어울려 노닐고 있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멀리도 아니고 불과 1m~2m 앞에서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곤줄박이 가족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설레었습니다.
큰 산이 아니라
가볍고 작은 렌즈로 카메라를
챙겨왔더니 녀석들을 만나게 되네요^^
새들의 먹이가 귀한
겨울 한철에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면서
다들 손바닥 위에 땅콩이나 초콜렛을 올려서
그네들을 유혹하고 있더군요.
새 모이를 주려고 준비해 온것은 아니고
겨울 산행시 비상식량인듯 했습니다.
바로 앞 등산객의 손바닥 위에
요렇게 내려 앉았습니다.
녀석들
대단했습니다.
감히 겁도 없이 말입니다.
딱새인가 곤줄박이인가 자세히 보았더니
등쪽의 회색깃털을 보아하니 곤줄박이 같았습니다.
새들과 어울려
양평 양수리 방향을
조망하는 분들도 많았구요.
저도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과연 내 손바닥에도 녀석이 앉아줄까 하고...
그리고선 가방에서 호두 조각을 내어 손바닥에 올렸는데
주저없이 바로 내려 앉았습니다.
순간 놀랍기도 했지만
당황스럽고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공생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검단산 정상에서
이 녀석들을 만나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왼손엔 호두를 올리고
오른손으로는 카메라 셔터를
몇컷 슈팅했습니다.
준비한 렌즈가 17-70이니
얼마나 가까운지 이해가 되시겠지요?
뭔가를 더 줬으면 하는 애절한 눈빛이었습니다.
"야 이녀석아 니 배고픈건 알지만 나도 좀 먹고 살아야지"
"이제 그만 좀 날아가라"
그리고선
잠시 빈틈을 이용해서
검단산 정상석 앞에 서 보았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검단산의 유래를 찾아볼까요.
검단산의 유래에 대해서 대략 두 가지 주장이 있다.
첫째는,
백제시대 黔丹禪師가 그 산에 은거하였어서
선사의 이름을 따서 黔丹山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로 가장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둘째는,
당시의 '검(黔)'은 지금의 한자 뜻인 "검다(black)'와는 전혀 다른
'크다, 신성하다'는 뜻이고 ,단(丹)'은 지금의 한자 뜻인
'붉다(red)'와는 전혀 다른 '제단'이란 뜻으로
'검단산'은 '신성한 제단이 있는 산'이란 뜻이라는 것.
실제로 漢城百濟시절에 왕이 검단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 오니 이 주장도 설득력을 지닌다.
하여간 지금의 검단산 정산엔
검단선사의 흔적이나 제사를 지냈던
제단의 흔적들은 볼 수 없고 이렇게 넓은
헬기장과 정상석 그리고 각종 먹거리 진열대가
즐비하기만 하더이다.
따뜻한 오뎅국물에
막걸리를 드시는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상한 호기심 발동 ㅋㅋㅋ
저렇게 많은분들이 이용하면
매상도 제법 커 보이는데 저곳에서
장사하는 분들도 세금을 낼까?
에혀...
그건 너무 교만하고
교도관적인 생각이겠죠 ㅋㅋㅋ
아까 그 녀석인지
또 다시 나를 응시하는 녀석...
뭔가 모르게 길들여져 가는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녀석들의 겨울식량 전쟁은
생각보다 치열한듯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검단산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댐과 양수리 방향의 조망인데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 한장의 사진속에
내가 기존에 다녀온 곳이 몇곳인가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그러면서 말풍선을 달아보았습니다.
뒷편으로 희미하고 보이는 중미산 등은
제외하더라도 이렇게 많았습니다.
양수리 자체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지리적 요충지다 보니
더 그런것 같았습니다.
날씨는 차가웠지만
정상에서 맞이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상쾌하더군요.
슬금 슬금 하산했습니다.
단체로 오신분들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 혼자오신분들도 많았습니다.
서울과 인접해서 그런지
들머리쪽엔 등산용품 매장들도
완전 즐비하더군요.
이번 검단산 산행에서는
평소 잘 느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순수한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동화되어야 한다는것과
인간의 내면적인 욕심인 어떤 목표를
가지고 등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다"라고 하셨는가 봅니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산을 존중하고
앞으로는 더 많이 비우고 더 많이 내려 놓고
산을 찾고 산행해야겠습니다.
내가 주인이 아닌
산이 주인이어서 산에 내가
동화되어 가는 그런 산행 말입니다.
하남 검단산
겨울산행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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