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하얀 겨울날
다시금 찾겠다고 혼자 웅얼거렸던
그 약속을 지키고 왔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위치한
용소막 성당을 지난 일요일 다녀왔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덜 녹은 상황에서
본당건축 99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며 내년 100주년을 눈앞에 둔
하얀 겨울날의 용소막 성당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미사가 진행중이라
성당 안에는 못 들어갔지만
1년 6개월만에 다시 방문한 이곳은
벽돌 도색 등의 기본적인 보수공사를
마친후라서 깨끗해졌더군요.
차분하게 성탄절을 맞이하는 분위기와
오래되고 낡은 붉은 벽돌의 건축물에서 전해지는
기운이 유난히 좋은 용소막 성당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차장으로 진입하면서...
용소막 성당에 대해서
간단하게 나마 찾아보도록 하자.
강원도에서 풍수원, 원주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성당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용암리 719-2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
용소막 성당은 수원지역에서 박해를 피해 산간벽지를 떠돌던 교우들이 1890년대에 이곳으로 모여 교우촌을 형성하게 된 것이 시초라고 한다. 100평 남짓한 벽돌조의 변형 고딕양식인 이 성당은 중국인 기술자들에 의해 1915년에 완공되어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지역 신앙인들의 요람이 되었다고 한다. 용소막에 천주교가 전해진 시기는 병인박해 무렵부터다. 1866년 병인박해 때 멀리 수원 지방에서 피난 온 몇몇 신자 가족들이 강원도 평창 지역에 살다가 박해가 뜸해지자 뿔뿔이 흩어져 그 일부는 용소막에서 멀지 않은 황둔(黃屯) 지역으로 내려와 거기서 얼마를 살았다. 그 후 그들은 1890년경에 황둔에서 멀지 않은 충북 제천군 송학면 오미(五味)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곳에는 최씨와 백씨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곳 신자들의 지도자는 최도철(崔道澈, 바르나바)이었다.
용소막 성당은
기존에 제가 다녀왔던
아산의 공세리 성당이나
규모가 큰 음성의 매괴성당과
횡성의 풍수원 성당과 비슷한 양식이며
건축시기도 비슷한것 같습니다.
성당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노거수 느티나무는 계절을 잊은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얀눈 그윽한 성당 한켠의 느티나무는
말없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분위기더군요.
오래되어 지저분하게 벗겨졌던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은 깔끔하게
단장을 한것 같았습니다.
그 험난했던 6.25를 이겨내고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자리에서
99년의 세월을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당옆쪽 하얀 설원에 드리운
고목의 그림자마저도 그저 신비롭구요.
그렇게 웅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뽀대나게 이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나이먹고 오래된 성당입니다.
그래서 더 좋은 성당이 바로 용소막 성당이랍니다.
소박한 모습으로
꾸밈없이 역사의 뒤안길을
달려온 한적한 어느 시골의 성당...
종탑 건물 아래에서 위를 쳐다 보았습니다.
까마득한 날에 들려오는 맑은 그 소리가 들릴듯 합니다.
문득 두눈 지그시 감은채 타임머신 타고 당시의
현장으로 달려가고픈 생각이었습니다.
대단히 견고하더군요.
건축양식 자체는 한국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땅에서 그토록 오래도록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우리의 것인양 느껴집니다^^
어르신들이 많은 시골 마을이라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털신이 보이구요.
여긴 신발을 벗고 성당안으로 들어가더군요.
그건 성당마다 조금씩 다른것 같았습니다.
미사 시간이 임박하자
많은분들이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듯
성당안으로 들어가고 있더군요.
강추위로 인해 단단히 채비한 아이들의 발걸음도
무척 가벼워 보이구요.
본당 좌측편 언덕
숲속에 보이는 저곳은 뭘까요?
사제관입니다.
실제 본당보다 건축연대는
10년이 앞선다고 합니다.
용소막성당에 대해서 더 찾아보자...
처음에 성당건물은 초가집이었는데
시잘레 신부에 의해 벽돌건물로 지어지게 되었다.
한국전쟁 때 일부 파손된 것을 후에 수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앞면 중앙에 종탑이 튀어나와 있고 건물은 네모난 모양이며,
붉은 벽돌로 쌓았다. 건물을 받쳐주는 버팀벽은 회색벽돌을 사용하였다.
창의 모양은 모두 아치형이며, 테두리를 회색벽돌로 장식하였고,
내부 바닥은 널판지마루이며 벽은 회를 발라 마무리 하였다.
몇그루의 노거수 느티나무는
용소막 성당의 든든한 벗인양 합니다.
성당의 뒷 모습입니다.
마침 태양이 십자가 허리춤에 걸렸더군요^^
무척 무덥던 작년 6월에 방문했을 당시의
성당은 뭔가 모르게 초라해 보였는데
새롭게 정비를 하고 나니 훨씬
깔끔해진 느낌입니다.
저 모습도 나름
좋았던 기억입니다.
이 동네 전체를 어우러 보는 듯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당터를 닮은 곳에
고이 자리한 용소막 성당...
그 특유의 양식이 좋고
오래된 벽돌 한장의 분위기가 좋아서
무릇 발길을 재촉하듯 찾아나선 곳이었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로 성큼 다가온 용소막 성당은
살면서 아주 오래도록 가슴속에
추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날 방문에서
홀로 웅얼거리며 약속했던
하얀 겨울날의 약속을 지킨것 같아
무척 다행스러웠습니다.
큰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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