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귀를 열고
그냥 그렇게 새벽 안개숲을
거닐었습니다.
숨바꼭질하듯 숨어버리기라도 한것처럼
저만치 달아나고 없을줄 알았던 비밀의 정원과도 같은
여주 세종대왕릉의 영릉 숲길을...
가을이 주는 선물인양
숨이 막힐듯한 그 길을 어김없이...
지난 주말 새벽 이른 시간에
개인적으로 유난히 좋아하는 길인
여주 세종대왕릉인 영릉 비밀의 정원을
소리 소문없이 방문하여 2년만에 재회하듯
벅찬 가슴으로 둘러보고 왔습니다.
몇해전 이 길에 매료되어
뻔질나게 방문했던 추억이 아련한데
멀지도 않은 이곳을 왜 그토록
방문하질 못했는지...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 사이에
얼핏 보기엔 잘 보이지도 않는 야트막한
언저리에 자릴잡은 이곳은 사실 여주시민들조차도
잘 모르는 곳이랍니다.
물론 자주 산책을 나오거나
주변을 잘 아시는분들은 가끔 둘러보기도 하지만
도로변에서조차 그냥 휭하니 지나기 일쑤이며
막상 숲속으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와는
완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알록달록 단풍은
이제 어디론가 서서히 떠나겠죠...
바닥의 낙엽조차도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네들의 삶이 묻어나는 한잎 한잎새...
그렇게 드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가을색이 진하게 묻어나는 이곳을 무척 그리워하다
불현듯 찾았으니 그 감흥이 더 큰가 봅니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 다르더군요.
그냥 눈으로만 보기엔 아쉬움이 있어
눈을 감아도 보고 두손으로 가만히 만져도 보고
낙엽 밟는 소리를 귀로 들어도 보았습니다.
바삭 바삭 바스락...
그네들의 삶의 속삭임은
우리네와 분명히 달랐지만...
멈칫 걸음을 멈춰보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고개를 들고 작은 공간의 하늘을
쳐다 보기도 하고 울긋불긋한 그네들의 차림새를
응시하며 맘껏 만끽하였답니다.
비밀의 정원...
제가 임의로 명명한 이름이지만
최소한 제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잘 알려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숲도 아닌
이곳 영릉의 고요한 언덕의 숲길...
강원도 설악산과 오대산 등지의
웅장하고 화려한 단풍빛은 아니더라도
자연속으로 더불어 동화되고 그네들의 속삭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숲길..
흥건한 낙엽의 길이
그 운치를 더하기도 한답니다.
자욱한 안개숲에서
거닐기를 반복하며 보고 또 보고
만져보고 담아보았습니다.
여주시내에서 오셨다는 세분...
친구사이인 이분들도 이곳의 제대로된 멋은
잘 모르고 왔지만 숲길을 둘러보고선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였습니다.
산보를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가던 길을 멈추시고 물어보셨습니다.
"이곳의 사계절 가운데 언제가 가장 좋은지요?"
"사계가 다 멋스럽긴 하지만 지금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사실 지금뿐 아니고
봄과 겨울날에도 정말 좋긴 하거던요.
방문하신 세분을 스마트폰에 고이 담아드렸더니
준비해 오신 맛있는 커피를 한잔 주더군요.
커피 너무 잘 마셨습니다^^
세분의 우정도 오래도록 변치마시고
불타는 단풍빛 같이 질긴 우정이길 기원합니다.
영릉 비밀의 정원 숲길...
솔직히 다른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길
제 자신이 꺼리는것 같습니다.
욕심같아선 저만의 길로 보존하고 싶지만...
익히 알듯이
단풍나무는 밖에서 볼때 보다는
나무 안으로 들어가서 밖으로 볼때
더 화려하고 진한 빛을 띠고 있다는 사실...
얼핏 보기엔 밋밋한 단풍일지라도
나무아래에서 또는 나무 속으로 들어가서
밖을 바라볼때는 이토록 짙은 단풍빛이랍니다.
거닐기 좋습니다.
길이 험하질 않아 어르신들도
편히 거닐고 계시더군요.
심호흡을 하며
그네들과 속삼임으로 나눔하긴 최고인
이곳 영릉 비밀의 정원 숲길...
혹여 영릉을 방문하시거던
사잇길로 접어들어 이토록 평온한
그 길을 슬그머니 거닐어 보심이 좋을듯 합니다.
세종대왕릉쪽에서 효종대왕릉 방면으로는
제법 많은이들이 거닐고 있습니다.
들어갈때 썰렁하던 주차장엔
그새 이토록 많은 버스와 차량들로
가득채워져 있더군요.
영릉엔 노랭이 은행나무만 있는게 아닌데...
들어올때 자욱하던 안개 덕분에
제대로 안 보이던 입구의 은행나무길도 제법
멋스런 운치를 더하고 있구요.
여주 세종대왕릉 영릉의
비밀의 정원인 그 숲길은 개인적으론
또 하나의 숨겨진 비경인양 합니다.
화려한 사적지 주변에 숨겨진
또 다른 아름다움이거던요.
휴식이 그리울때 다시 찾고 싶은
그 길에 하얀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울컥 눈물이라도 쏟아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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