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어제 새벽
잠에서 깨어 부시시 눈을 부비며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보니 초여름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문득
우산을 쓰고
어딘가 걷고 싶다는 생각이..
그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돌담길의 산수유 마을로 고고씽할까?
아날로그의 마을길로 가자...
노랭이 봄꽃
산수유 필무렵엔
차가 집입도 못하던
도립리 육괴정에 도착했다.
아직도 가늘게 비는 내리고 있다.
분명 봄비가 아닌 초여름비가 맞는것 같다.
돌담에서 짙은 빛깔의 인동초를 보고
너무 반가운 나머지 탄성이 나오기도 하고...
작은벌 사냥꾼은
부지런히 인동초에 매달린다.
폐가를 둘러보고
봄날과 가을날을 추억하기도 했다.
계절마다의 재미와 보는이의 시선에 따라서
항상 다르게 보이는 곳...
흑백서정이어서
더 을씨년 스러워 보이긴 하다.
마을 윗쪽 연인길의
돌담길도 거닐어 보았다.
아무도 없는 이 길을
초여름날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속으로 거니는 재미는
또 다른 운치였다.
바닥에 흩뿌려진
산수유 열매가 독특하다.
작년 늦가을의 사진에서
다시금 이곳이 추억되는듯 하다.
노랭이 산수유꽃에서 다시 푸르름으로
가을엔 이토록 붉게 토해내는 산수유 열매가
이 자리를 지킬것이다.
돌담길에서 문득 귀한
벌레 녀석을 만나기도 했다.
오랫만에 봐서 그런지
별로 징그럽다는 생각도 안들었다.
작은 벌 한마리가 녀석의 주변을 맴돌며
뭔가 모의를 하는듯 하다.
높지 않은 작은 돌담길 사이로
우산을 쓰고 한바퀴를 둘러 보았다.
간간히 들리는 이장님의
마이크 안내말씀 외엔 정말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 돌담길 거닐기였다.
그때 그 돌담위엔
산수유 열매는 어딜가고
이렇게 감꽃들이 즐비하다.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무척 애절하다.
감꽃을 먹었던 기억도 나는데
감나무의 품종에 따라서
맛이 달랐던것 같다.
가을이 오면
이토록 붉은빛 토해내는
산수유 열매들이 다시금 돌담길을
장악하고 있으리라.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으면서
잊혀져 가는 문화가 어느 정도는 공존하는
이런 돌담길의 마을길 거닐기가 좋다.
옛추억을 되새김하기도 좋고
거니는 발걸음 또한 가볍기만 하다.
다시보는 늦가을의 정취가
삭막해 보이긴 해도 지금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인해 기대감이 용솟음 친다는 사실...
이젠 여름의 문턱에서
가을날의 그 애틋한 전설이 기대된다.
곳곳에서는
벌써 감자꽃도 보이기 시작한다.
생긴건 고약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감자꽃도 분명 꽃이다.
감자에 싹이나서 이젠 꽃이 피고
머자나 한달여 뒤 수확의 철을 맞이하리라.
초여름날의 아침 봄비를 머금은 담쟁이는
여느곳보다도 더 투박하게 돌담길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토록 붉은 늦가을의 그날을 고대하며...
대추나무 절구통 집에서도
흑백서정으로 표현해 보았더니 새롭다.
마을 곳곳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꽃들은
봄빛 그윽한 날의 노랭이 산수유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긴 했지만
여름을 제촉하는 아침비를
마냥 즐기는듯 하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휴일아침 불현듯 찾아나선
산수유마을 돌담길 거닐기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을 맘껏 거닐며
맘껏 느낄 수 있어 그저 좋았습니다.
가늘게 내리는 여름비를
동행한 벗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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