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를 기억하시는지요?
2009년 봄
전국에 독립영화 붐을 일으켰던
그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촬영현장을
지난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처가댁과 옆 동네라서
해마다 명절이면 지나는길에 잠시 들러
두분 어르신께 안부 인사를 드리곤 했었는데
최근 1년 이상을 방문하질 못하다가
오랫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독립영화 초유의 관객 동원 295만명이라는 기록을 돌파하기도 했던 '워낭소리' 그 촬영현장을 둘러보겠습니다.
마을의 어귀에는
봉화군에서 아주 상세하게
안내간판을 잘 만들어 두었습니다.
워낭소리 촬영지라고...
저만치 어르신댁이 보입니다.
영화 개봉이후 작은 공원이 들어선
어르신댁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고 가능하면 어르신께
안부인사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입구엔
최원균, 이삼순 부부의 집이라고
어르신댁을 알려주는 간판도 있구요.
공원을 둘러 봅니다...
늙은 소와 어르신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봄빛을 받아 금새 앞으로 나아갈듯 합니다.
공원의 명칭이 워낭소리 공원이네요.
할아버지의 사진도 몇장 있구요.
이곳 워낭소리 공원에도
봄은 오는가 봅니다.
주변엔 어김없이 산수유꽃으로
도배가 되고 있구요.
자세히 담아 보았습니다.
누군가 할아버지께 스카프를 해 줬더군요.
깊은 주름과 미소가 잘 표현되었구요.
2009년 처음 뵈었을때의 할아버지입니다.
첫마디에 "사진 찍으이소" 하시던
당당하신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라디오도 고물 영감도 고물"
영화에서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
늙은소의 목에 걸린 워낭이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보통 소는 15년 산다고 하는데,
노부부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 황소는
무려 40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2009년에 처음 만나뵙고 인연이 되어
아랫동네에서 왔다고 하면서
몇번을 찾아 뵈었는데..
나이들은 늙은 소가 죽고
새로 산 소와 송아지를 데리고
밭일을 가시던 당시의 할아버지는
영화가 방영되고 난뒤에도 변함없는
일상으로 생활하셨습니다.
어르신댁을 향해 걸어 올라가 봅니다.
여전히 닫혀져 있는 출입문이 아쉽습니다.
영화 개봉이후 수많은 관광 인파들이 방문하여
사생활을 침해당하게 되자 어르신의 자식분들이
마당한켠에 없던 출입문을 달았더군요.
여느 관광객들과는 다르게
이웃 어르신 찾아뵙는 기분으로
가끔 찾아뵈었는데...
입구의 장승들만 우두커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구요.
조용한 마당안을 렌즈로 바라보았습니다.
어르신의 사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당연히 돌아가야죠.
묵언하듯 걸음을 돌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르신댁 앞집은 비어 있더군요.
누군가 살았던 흔적은 저토록 아름답습니다.
다시 공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어르신을 못 뵙고 나왔지만 당시 영화를
상기하기도 하고 지난날 뵈었을때의
고운 기억을 추억하며 말입니다.
모처럼 늙은소의 무덤을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영화속의 바로 그 늙은소의 무덤인데 소의 무덤 앞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답니다.
앗!
이게 무슨 일이죠?
소의 무덤에 도착했는데
오래되지 않은 못 보던 무덤이....
최원균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더군요.
무덤앞의 한자를 자세히 둘러보았습니다.
분명히 원균지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그새 돌아가셨단 말인가?
순간 가슴이 찡했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놀랬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실제 소의 무덤은 어르신의 무덤에서
30여m 위쪽에 위치해 있는데 바로 아랫쪽에
어르신의 무덤이 자릴 잡았더군요.
실제 소의 무덤에 도착했습니다.
자세히 보았더니 소의 엉덩이 형상의
조형물이더군요.
순간 영화속에서 늙은 소의
힘들어하던 모습이 아련하였습니다.
1967년 ~ 2008년
정말 장수한 소인것 같습니다.
우리 나이로 42살이었네요.
어르신과 오랜세월을
동거동락했던...
영화속에서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돌 의자에 새겨져 있네요...
"낭패래"
"와 먼저 가노...일만시켜 미안타"
워낭소리 촬영지인 하눌리 산정마을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서 주변에서 일하시는
마을 아주머니께 여쭤 보았더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거의 1년이
조금 넘었다고 하더군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자주는 몰라도 간혹 찾아뵙고
문안 인사를 드렸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줄은 몰랐거던요.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고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이토록 향기로운 봄날에 문득 찾아나선 곳...
독립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돌아와서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사실이
뉴스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저만 몰랐던것 같았습니다...
이런~~~
워낭소리...
당시엔 많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조금은 이색적이고 독특했던
감동의 독립영화..
그 현장을 방문하면서
개인적으로 무척 아팠습니다.
돌아가신줄도 모르고 방문했으니
너무 당황스러웠거던요.
저는 최소한 그랬습니다.
나름 유명했던 영화의 주인공을 방문했던게 아니고
그저 늙고 병드신 시골의 어르신을 찾아 뵙고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기도 했거던요.
마당가에 같이 주저앉아
어르신의 말씀을 듣기도 했는데...
워낭소리...
문득 그 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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