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기

길...

금모래은모래 2013. 1. 16. 18:12

 

 

 

 

 

천상병


은 끝이 없구나
강에 닿을 때는
다리가 있고 나룻배가 있다.
그리고 항구의 바닷가에 이르면
여객선이 있어서 바다 위를 가게 한다.


은 막힌 데가 없구나.
가로막는 벽도 없고
하늘만이 푸르고 벗이고
하늘만이 을 인도한다.
그러니
은 영원하다.

 

 

 

 

 

꼭 가야 하는 길

 

-정동묵-

 

 

걸어가지 못하는 길을

나는 물이 되어 간다.

흐르지 못하는 길을

나는 새벽안개로 간다.

넘나들지 못하는 그 길을

 

 

나는 초록으로 간다.

 

막아도, 막혀도

 

 

그래도 나는 간다.

 

혼이 되어

세월이 되어

 

 

 

 

 

그래, 이 있다

 

 

이하석


그래, 이 있다
굴참나무 울창한 숲을 안으로 가르며,
전화줄처럼 명확하고도 애매하게,
이 나 있다
아침을 지나 아무도 없는 숲 안에서
나는 외롭고, 지나치게, 무섭다
저쪽 깊은 숲속으로 곧장 난
저쪽 어쩌면 저 끝에
무엇인가가 있는 듯 느껴진다
굴참나무 잎들이 쌓인 숲 저 안,
어둠의 폭풍이 소용돌이치는 곳

 

 

 

 

 

 

 

 

윤동주

 

 

 


잃어 버렸읍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어
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어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