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중년의 가을단상은 독오른 똬리의 가을독사를 닮았다...

금모래은모래 2012. 10. 3. 05:00

 

 

가을은 이렇게

서슬 퍼렇게 날을 세우고

달려들고 있다.

 

무릇 그 한가운데서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어느곳으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잡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두눈을 부릅뜨지만

시선에 담겨지는건 독오른 똬리의 가을 독사를 닮은

냉소의 미소만 가득할 뿐.

 

문득 뭉게구름 높은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시월의 애정...

 

 

 

 

 

 

가 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들녘이 모구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 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가 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요동치는 가을소리...

 

 

 

 

 

 

 

마지막 잎새


 

                  초희 윤영초

 


찬 서리가 아침을 열었다
파랗게 멍든 어스름을 뚫고
여명이 도는 시간
창가에 떠도는 먼지를
빗질하는 햇살이 눈 부시다

저무는 가을을 뒤로하고
시린 바람은 깊은 통증으로
창문 틈을 헤집는다
하루의 열림은 허기를 채우고
비워낸 가을 자리
텅 빈 거리에 낙엽으로 뒹군다

삶이 실직된듯한 공허로
가득 차오는 시간은
겨울로 가는 길에
햇빛을 풀어놓고
그리움을 닦고 있다
마지막 잎새되어
떨어지지 못하는 그리움은
너를 놓치지 않으려
찬바람으로 부유(浮游)한다

 

 

 

 

 

 

아우성...

 

 

 

 

 

 

가을 사냥꾼...

 

 

 

 

 

 

 

 

가을 엽서


          초동 유 영동



고운 단풍잎에
내 마음 곱게 담아서
꽃 그림으로 그대에게
그리움 하나 보낸다.

새록새록 보고 싶은
그대 그리움
떨어져 쌓이는
낙엽 위에 덮어 적어 보낸다.

그대의 고운 미소가
조용히 다가온다.
눈을 감고 고운 입맞춤
황홀한 순간이 내 몸에 채운다.

가을빛 가을바람에
너를 보낸 내 아픔을
한 자 두자 적어놓은
내 고운 가을 엽서

 

 

 

 


 

 

코스모스

 

                         이형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히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 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