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불광사, 도솔암 그리고
서울의 길상사까지 쏟아지는 산사의 가을을 알려주는
블친들의 꽃무릇 소식에 어제는 새벽같이
알밤을 줍는다는 또 다른 이유로
인접한 곳의 작은 산사인
이천시 원적산 영원사로 향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인 영원사는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 436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적산의 동쪽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원적산은 이천시 관내에서는 가장 높은 산으로
이천시 북쪽에 위치하여 여주군 및 광주시와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천의 북쪽을 가로막고 있는 산으로 산에 오르면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덕봉 기슭에는 낙수폭포가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대웅전 가기전 좌측의
그늘진 숲에는 몇송이 되지는 않지만
꽃무릇 여덟송이가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일년전엔 십여송이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여섯송이가 한군데 있고 두송이가
오르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도합 여덟송이...
그 청초함에 다시금 눈길을 줘 보지만
군락이 아닌 외로움 탓인지
쓸쓸해 보이기도 하다.
옆으로 보고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쳐다봐도 그저 신비스런 꽃이다.
오르는 바위들 위엔
변함없이 어린 동자승 인형들이
계절을 무색케하고 도량정진에 빠져있다.
영원사 대웅전.
그렇게 큰 사찰은 아니지만...
산세와 어우러진 모습은 아주 평온해 보인다.
절의 창건과 내력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적기에 의하면 신라 선덕왕 7(638)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며,
고려 문종22(1068)년에 혜소국사(慧炬國師)가
화재로 소실된 절을 중건하였다고 한다.
대웅전 앞 석탑위의 태권동자승..
몇번째 만났더니 이젠 제법 친근해졌다.
심술궂은 품새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전하는
석조약사여래좌상...
조화인 줄 알았다...
무궁화꽃의 새로운 개량종인가 보다.
사이사이에 보이는 것은 온통 가을색만 그윽하다.
귀여운 동자승 인형들의
짖궂은 장난끼는 여기서도 계속되고 있다.
짚신에 염주를 걸고 있는 동자승도 변함이 없고...
쭈그러진 목탁이 유난스러웠던
해맑은 동자승 인형 또한 그대로의 모습이다.
다시금 꽃무릇이 있는쪽으로 향했다.
작년 이맘때 이곳에서 처음으로
꽃무릇 몇송이를 발견하고 그 반가움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두근거림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찰측에서 별도의 관리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여덟송이에 불과하지만
그 희소성에 그저 넋놓아 보련다.
잎새도 없는 볼품없는 줄기의 자태로
그저 신비스런 붉은 기운을 토해내는 꽃무릇...
블친들의 꽃무릇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역시나 군락이 아닌 몇송이의 꽃무릇만 볼 수 있었다.
혼자여도 좋고 무리여도 좋지만
그저 이 가을에 내 시선으로 꽃무릇의 감동에
동화되어 취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너무 좋기만 하다.
산사엔 음악회 준비로 분주했다.
한층 익어가는 가을빛 산사에서 만난
몇송이의 꽃무릇에 감동하고 인근의 야산에서
다람쥐가 버려둔 알밤 몇톨을 주어서 왔다는 즐거움이 있어
휴일 아침 서둘렀던 수고스러움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이렇듯 지금의 산사엔
빛고운 꽃무릇 몇송이가 가을향기를
고이고이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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