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답사기

이천 원적사의 겨울은 여전히 따뜻하기만 했다 ...

금모래은모래 2018. 12. 17. 05:00



이천 도자기축제때나

산수유꽃 축제때 이천에서

가 볼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소개해 주는 곳이 있다.


바로 백사면 원적산 아래

작은 비구니 사찰인 이천 원적사다.


천년고찰도 아닌 그곳 원적사를

감히 소개하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따뜻한 미소가 사계절 내내 묻어나는

이천 원적사를 지난 토요일날

홀연하게 다녀왔다. 




원적사로 향하는 아랫동네인

송말리 들판엔 산수유 열매들이

대롱대롱 붉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카메라도 준비하지 않고

주머니폰 하나에 의지한채 말이다.





아랫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하듯 걸어 올라가면서 만나게 되는

작은 벽화에서는 지난 1월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절에 새로운 식구가 오셨는가 보다.






이천 원적사는

거대하고 웅장하지는 않다.

그저 아담하다는 표현이 오히려

잘 어울릴것 같은 작은 암자같은 절집....


뒷편의 원적산이 가슴에 고이

품고 있는 듯한 형국의 원적사 대웅전앞

언덕엔 변함없이 붉은 모자를 쓴

나한상들이 가지런하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계절별로 다양한 모자를 착용하는

이곳 원적사의 나한상들은 자세히 보면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이곳 원적사의 큰 스님과

주지스님을 비롯한 비구니 스님들

그리고 몇몇 보살님들의 정성 가득한

사랑의 징표가 아니던가.


거의 해마다 보았지만

그저 신기방기하기만 하다. 







언제나 한결같이

엄마의 미소로 환하게 반겨주시는 주지스님은

여전히 바라보는 세상사람들이 그저 행복하라고 하신다.

다가오는 성탄절도 언급하시면서 말이다.






7년여 전쯤 처음 만났을땐 영락없는

산타로만 생각했었는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곳 원적사는 요란스럽지 않다.

그래서 그냥 묵언하듯이 홀로 조용하게

거닐기 좋은 곳인게다.


오직 불교라는 종교적인 개념과 색체를

뛰어넘는 그런곳이 바로 원적사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들이

 훨씬 더 가벼운가 보다. 





여느 사찰에서나 쉬이 만날 수 있는

화려한 단청과 어우러진 풍경은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산사의 겨울날을

 노래하고 있었다.   


"댕댕댕~~~"






원적사는 10여분의 비구니 스님과

업무를 보시는 보살님 몇분 정도가 전부인

작은 규모의 사찰이다.


이웃한 곳엔 천년고찰도 몇곳 있지만

어느 누군가 좋은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이곳 원적사를 꼭 소개해 주는 이유라면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곳이기에

그런게 아닌가 싶다. 






큰 스님의 낡은 털신 하나에서도

큰 사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도

가족처럼 친밀도가 유난히 높은가 보다.






여전히 여러가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드넓은 터가 아니기에 계단식으로 아담하고

이쁘게 진열하듯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선방?


예전엔 개방되지 않았던 곳인데

대웅전 뒷편의 이곳을 이번에 처음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주지스님과 새로 오신 스님의 배려로^^ 






대웅전앞 마당을 지키는

투박스럽기 그지없는 5층 석탑은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불쑥 둘러본 어느곳에서는

야금 야금 겨울날을 익어가는 장독대의

다소곳한 모양새에 그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장독대 주변엔 

누런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고

귤 껍질 하나까지도 그냥 버리지 않는

   꼼꼼함과 세밀함이 돋보였다.  






사실 이 나한상들은

사진에서 보는것과 다르게

큰 규모는 아니다.


그래서 아기자기하다고 표현하는게

오히려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털모자와 털목도리로

차가운 겨울날을 더 따뜻하게

이겨내고 있는 원적사의 나한상들 ... 


바라보는 이의 마음 마저도

따뜻하게 하는 원래의 취지와 의도가

  잘 전달되는듯 하다.  






흔이 이색적인 사찰로만 표현했지만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이들의

성정 고운 마음씨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한 후로

처음으로 인증샷을 남겨 보았다.


누가 감히 산사의 절집에서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기웃기웃

볼일을 다 본단 말인가?


이곳 원적사에서는

흔히 볼 수있는 일이다.






막내 비구니 스님의

목탁 소리는 공허한 산사의

점심(공양) 시간을 알려 주었다.


사실 그동안 이곳 원적사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도 많이 얻어 마시고

떡이랑 간식 등 담소하면서 여러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지만 단 한번도

밥을 먹지는 않았다.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는것은 아니다.


그냥 미안한 마음에 후다닥 둘러보고

도망치듯 나왔던것 뿐이었는데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그날따라 청년부에서

특별한 점심 공양을 준비했다면서

꼭 함께 했으면 하는 몇몇 스님들과 보살님들의

따뜻한 말씀에 사양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점심공양을 아주 잘 했다는 ㅋㅋ  


사실 이곳 원적사는

나처럼 기웃 기웃 염탐(?)하듯

절구경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절대

그냥 보내는 일이 없다고 한다.

따뜻한 차 한잔은 기본이다.


그러고 보니

매번 그러했던 기억이다.






이천 여행에서 설봉공원 일원과

산수유마을 일원을 자주 소개하지만

주변의 반룡송과 백송 그리고 이천 쌀밥과

더불어 진정한 이천여행을 만끽하려면

원적사를 필히 권하고 싶다.


백사면 원적산 아래 엄마의 품을 닮은

작은 비구니 사찰인 원적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크고 화려한건 별로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느 사찰에서 쉬이 느낄 수 없는 사람사는 

 향기와 따사로움이 묻어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