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이야기

해안선에서 만난 살아있는 제주의 역사 해녀...

금모래은모래 2015. 6. 18. 06:00

 

 

 

 

제주 해녀...

 

2년전 어느 봄날 제주 남원포구에서

새벽에 물질을 나가시는 해녀 몇분을 만나뵙고

잠시 말씀을 나누었던 무척 애잔했던 추억이

새록새록하여 이번 제주 방문에서도

몇분을 만나뵙게 되었다.

 

특히나 이번 2박 3일간의 제주 일정 가운데

청주에서 비행기로 이동하고 다시 남제주로 이동해서

그곳에 머물며 다음날 발인과 장지까지 가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고나니 우리 일행에게

순수하게 주어지는 여유시간은 겨우

하루 정도가 전부였다.

 

포스팅을 통해서는

이해를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큰 도로가 아닌 제주의 동쪽 부분

절반의 해안선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평소 관광지를 둘러볼때 못보던

삶의 현장을 다녀왔다.

 

오늘은 그 동쪽 해안선에서 만나뵈었던

해녀 몇분을 통해서 얻은 이야기와

몇점의 벽화로 준비해 보았다.

 

 

 

2년전인 2013년 3월

서귀포시 남원포구에서 뵈었던 분들...

 

 

아쉽게도 이번엔

물떼가 맞질 않아 이 복장을 입은

해녀분은 못 뵙고 왔다.

 

 

 

 

 

제주의 날씨는 언제나 이렇다.

금새 해가 뜨다가도 해무가 짙다...

 

나즈막히 붉은 등대는

동해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동쪽 해안선을 돌며

시선에 들어오는 제주만의 아름다움은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도 해녀상...

이런 글귀가 눈에 뛴다.

 

 

바다는 우리 신앙의 대상입니다.
자연의 위대함과 축복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바다향한 우리해녀의 꿈 이루었습니다
- 하도해녀 일동 -

 

 

 

 

해녀분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공간의 벽면에

저렇게 다양한 벽화가 즐비하다.

 

벽화를 통해서

그분들의 삶을 조명해 보기도 하고

미처 우리가 몰랐던 해녀분들의 여러 일상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해안선을 돌면서

차를 몇번 세웠는지 모르겠다.

 

최초 목적지가 공항에서 반대편 오지이며

이동거리도 상당히 멀어 애초에 차 한대를 렌트했더니

매우 유용하게 잘 활용한 듯...

 

 

 

 

해녀분께 여쭤보았다.

 

이것 저것...

오늘은 물떼가 늦어 아직 좀 있다 나가신다면서

바랑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제주 방언이 정말 어려웠다.

 

 

 

 

벽화속의 해녀분들은 다 젊어보이지만

사실 옛날 이야기고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연로하신 할머니분들이라고 한다.

 

 

 

 

작업장 한쪽벽면엔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바닷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제주이 검은돌 만큼이나

 투박스럽지만 마냥 정겨웠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로 물질을 나가시기도

하셨나 보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분과

도란도란 말씀을 나누시는 모습

그리고 지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복장에서 제주 해녀의 역사를 가늠해 보았다.

 

가까운 곳에 해녀박물관이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온게 맘에 걸린다.  

 

 

 

 

이 벽화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쭤보질 못했다.

 

뗏목을 타고 나간

두 내외분의 일상인듯 하다.

 

 

 

 

벽화속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너무 닮았다.

아니 벽화는 현실 그 자체였다.

 

바닥을 뒹구는 바랑이 애잔하기만 하다.

 

 

 

 

벽화속 망태엔 소라가 가득하다.

 

여쭤 보았더니

요즘엔 예전처럼 많이 안 잡힌다고 하셨다. 

 

 

 

 

물론 벽화는 벽화일뿐이겠지만

분명 사실적인 조명이 이뤄졌으리라... 

 

 

 

 

잠수복을 말리고 계시는 해녀분...

 

잠복이라고 하던가 하여간 조금은 독특한

용어를 사용했던 기억이다.

 

 

 

 

벽화속의 해맑은 해녀분과

그 옆에서 도망치며 미소짖는 문어가

참 인상적이기만 하다.

 

벽화속의 저 복장이

잠수복이 없던 시절 얇은 무명옷 차림의

해녀분들의 물질 모습인양 하다.

 

이 시대의 우리 어머니들...

 

 

 

 

주변에 널려있는 각종 장비들...

 

 

 

 

문득 담장 아래에서

제주의 접시꽃 귀신도 만났다.

 

녀석들을 작년에 육지에서 만났고

일년만에 다시 이곳 제주에서 만났으니

무척 반갑기만 했다는...  

 

 

 

 

지나던 학생들도 벽화가 신기한 모양이다.

스마트폰에 막 담아내고 있었다. 

 

 

 

 

해녀분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건

어쩌면 그분들에게 누가 될까 조심스러웠지만

사실 육지에서도 제주 출신의 해녀분들을

가끔 만나뵐 수 있었다.

 

심지어 울릉도와 구룡포 강원도 해안 등지뿐 아니라

서해안 곳곳에 정착한 제주 출신의 해녀분들이

지금도 물질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해녀 두분이서 말씀을 나누는데...

 

도저히 알아듣질 못할 정도의

강한 어조의 제주 방언 사투리를 쓰신다.

"~~~ 수까?"

 

그래도 방문객들에겐

참 친절하게 이것 저것 설명해 주셨다는...

 

 

 

 

저만치 한무리의 가마우지떼가

해녀분들의 입수를 기다리고 있는 듯...

 

설마 그분들과는 공생관계?

 

 

 

 

예전에 사용되던 돌집은

이제는 이용하지는 않지만 이렇게나마

동여메어 보존하고 있다는게

정말 다행스러웠다.

 

바람많은 제주 해변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전설인양... 

 

 

 

 

바다는 그들에게 전부라고 한다.

우리의 생각처럼 단순한 삶의 터전

그 이상인 것이다.   

 

 

 

 

바다와 함께 태어나고 더불어 자라왔고

바다와 함께 늙어가는 지금의 삶을

무척 의연하게 생각하셨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감히 우리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제주 바닷가는 대부분

화산 용암으로 형성된 바위라서

끝이 무척 날카롭고 위험하다는 사실...

살짝 스쳐도 옷이 찢어진다.

 

그 날카로운 바위를 넘나들며

그분들은 사시사철 물질을 하신다.

 

 

 

 

"죽고사는건 바다의 뜻이겠지만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많다"고 하셨다.

이분들에게 바다는 신앙이다.

 

바위에 긁힌 상처는 그냥 일상이라고 하시니

해녀분들의 물질 자체도 어쩌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최고 난이도의 극한직업이 아닐까? 

 

 

 

 

이 사진도 2년전 새벽

남원포구에서 만나 뵈었던

칠순의 해녀분이다.

 

혹자는 그러더이다.

제주 해녀는 살아있는 제주의 역사라고...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릴수 있으랴...

그분들의 애환을...

 

하지만

마주앉아 지난날을 회상하며

하시는 말씀에서는 녹록하지 않았던

해녀분들의 삶이 많이 묻어났다.

 

이렇게 몇알의 잡글로

형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방문에서

둘러본 그분들의 삶의 현장은 가장 감동적인

시간이었다고 감히 고백하고 싶다.

 

혹여 제주를 방문하시다가

연로하신 녀분들을 만나뵙거던 

따뜻한 미소로 인사드리면

말 좋아하실겁니다.

 

그분들도

우리 시대의 어머니거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