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소꼴한짐 지게 정도야 영양의 당당하신 95세 어르신 수천할배...

금모래은모래 2014. 9. 11. 06:00

 

 

 

한가위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대체휴일을 합쳐서 5일간을 쉬었지만

경북 영양의 본가와 봉화의 처가댁을 다녀오면서

무척 분주하게만 다녀온것 같습니다.

 

 

오가는길에 충북 단양을 포함하여

영주와 안동, 영양, 봉화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를 끄집어 내지도 못하고 그저 폰카

몇장으로 추석 인증을 대신할것 같아요.

 

 

오늘 소개해 드릴 폰카 한장은

고향 영양의 시골 옆집 어르신의 추석 전날

소꼴을 지게에 지고 오시는 모습입니다.

옛날 사진이 아닌 이번 추석전날의

 실제 상황입니다.

 

  

 

 

 

 

 

 

1919년 3.1 만세운동이 있었던 이듬해인

1920년도에 태어나셨으니 94세이고

우리나이로 95세네요.

김찬득 할배..

 

 

슬하에 장성한 자식이 여덟이나 있어

이제는 지게를 내려 놓을실때도 되었건만

당신의 손으로 소꼴은 직접 하고 싶어 하시는...

그것도 하얀 고무신으로...

 

 

제 고향집 바로 옆집이라서 제가 어린시절부터

쭉 봐 오던 어르신은 대쪽같은 고집스러움과 투박스러움으로

시조를 읊으시기도 하고 변함없이 저 의상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계시답니다...

 

 

폰카로 후다닥 담아 페이스북에 먼저 올렸더니

누군가 그러더이다...조선시대를 옮겨놓은것 같다고 

이국 만리에 나가 계시는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러더이다.

귀국하면 할배를 찾아뵙고 싶다고...

 

 

직접 찾아뵙는것 보다 그냥 할배의 그 일상을

가만히 지켜 주는게 더 좋을것 같아요.

 

 

저 보다도 몇해 후배뻘 되는 할배의 막내가

대구에서 고등학교 다닐때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평생을 지금의 저 복장으로 생활하시는 할배는

대구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막내의 학교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교문을 들어서는 할배를 보고선

많은 친구들이 창문에 매달려 너무 신기해 하자 

수업시간임에도 냅다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그렇게도 챙피했는가 봅니다. 

 

 

지금껏 저토록 정정하게 일상을 이어가시는

옆집 할배를 보면서 늘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이번 추석에 내려가서 87세의 저희 어머님을 통해

조금은 독특한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몇해전에 돌아가신 마을 어귀에 있는

할머니 산소를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방문한다고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분의 애뜻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그 적적함을 그토록

애절하게 달래고 계시나 보더라구요.

자식에게도 표현 못하는...

 

 

택호가 수천댁이니

저희들은 수천할배라고 부릅니다.

 

"수천 할배요! 

오래도록 지금 그 복장으로 지게 가득 소꼴을

한짐 짊어지고 마을길을 당당하게 걸으시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매 끼니 잘 챙겨 드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