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의
어농성지를 다녀왔습니다.
18세기말과 19세기초에 발생된
을묘박해와 신유박해때 순교하신분들을 모신
천주교 성지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종교는 다르지만
역사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크고
아주 중요한 곳이라 생각됩니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어농성지입니다.
입구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그냥 묵언하듯 말없이 성지를 거닐기로 했습니다.
어스름 묻어나는 가을빛은
하나 둘씩 시선에 가득하구요...
상징하는 의미가 큰 십자가의 길...
성지 가운데 길은 이런 특이한 나뭇길로 조성되어 있더군요.
아직은 어리지만 상당히 운치있어 보였습니다.
가을빛 외침...
콘크리트 의자가 홀로 외로울까
서로 의지하며 나눔하는것 같더군요.
순교자 묘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당시 시대적인 아픔과
여느 묘역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아련함이
더불어 묻어나더군요.
어농성지 홈피에서 퍼온 관련 자료
성지에는 이렇게 순교자들을 기념하기도 하더군요..
어농성지는 천주교 성지지만
우리 시대의 아픔과 지난날의 현실을
나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더군요.
주변을 둘러보면서 하나씩 묻어나는 단풍빛 이야기들은
방문객의 바라보는 시선을 쓸쓸하게 그냥 두진 않았습니다.
노래하는 잠자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을은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우리네 곁으로 다가오는가 봅니다.
어색한 조화...
하지만 포크레인과 나무 십자가의 어울림도
제법 자연스럽게 보이네요^^
벚나무 길에서도
속삭이는 가을빛들이 가만히 내려 앉구요.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참으로 단아했으며 보는이의 맘마저 정결케 하는것 같더군요.
여긴 당시의 집회장을 재현한것 같은데...
조금은 이색적이기도 하면서
지나온 우리네 삶의 현장을 되새김하듯
나름 정겹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수 탄생지를 초가로 해 놓으니 새롭구요^^
상당히 한국적인 재현 같아요.
허깅...
성지에는 종교적으로 의미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십자가의 길 바닥을 뒹구는 낙엽 마저도
예사롭게 보이질 않았습니다.
가을을 산책한다기 보단
성지순례에서 얻을수 있는 덤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기독교 신자랍니다.
아쉽게도 기독교 성지는 별로 없더라구요.
초대 한국교회의 모태가 카톨릭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공생...
잠자리와 이름모를 가을 열매의
이채로운 조화에서도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이
새롭게 전해지더군요.
말라 비틀어진 한그루의 벚나무는
이렇게 새하얀 버섯으로 재탄생되면서
쓸쓸하게 볼멘 아우성을 토해내는것 같았습니다.
투박스럽게 조성된 십자가들은
가을빛 야생화와 더불어 세련미가 없어
더 좋은 느낌이었구요.
경기도 이천에는 이곳 말고도
이곳과 이웃한 곳이며 몇해전에 제가 다녀온
'단내성지'도 있습니다.
이제껏 대여섯 곳의 천주교 성지를 다녀왔지만
기분은 늘 같은 생각입니다.
사찰이나 오래된 성당에서 얻을 수 있는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묘한 기분이거던요.
종교적인 차원의 성지순례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나름 의미있고 소중한
가을빛 외출이었습니다.
'문화유산 답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주여행] 영릉에도 노랭이들의 가을빛 반란은 일어나고... (0) | 2013.10.28 |
---|---|
[충주여행] 천년의 고집스런 투박함이 뛰어난 봉황리 마애불상군... (0) | 2013.10.26 |
[남양주여행] 주필거미박물관에는 거미뿐 아니고 별의별게 다 있다... (0) | 2013.10.21 |
[봉화여행] 어느 시골 고등학교에서 만난 아픈 이야기... (0) | 2013.10.18 |
[용인여행] 그리운 가을날엔 호암미술관의 그 길을 홀연히 거닐어 주자... (0) | 2013.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