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가을이 임박하면 꼭 다녀오는 곳이 있다.
이웃한 곳의 말 목장을 찾아
치장되지 않은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들과의 서투른 대화로 짧은 소통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그들은
덩치는 크지만 참 순한 녀석들이다.
암수 가지런히 목을 드리운 자태나 그 큰 눈망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린아이의 그 눈망울을 닮았다.
유난히 근육이 좋은 그들도
말총으로 한번 휘젖는 자체가 대화법인가 보다.
마리당 차지하는 평수가 무척이나 넓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코 넓은것 만은 아닌것 같다.
하여간 천고마비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지금 이 계절에 부저런히 먹이 활동을 하는것으로 봐서는...
불청객의 공존...
여유...
바라보는 무언의 대화에서
순박한 녀석들의 고운 심성이 그려진다.
자유를 갈망하다...
쌍쌍이 짝을 이루는 덩치 큰 녀석들이긴 하지만...
숫말보다 암말의 애정표현이 더 강해 보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먹어 치우는 그들의 식성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휘어진 등곡선을 따라서
여느 가을 바람이 휭하니 지나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들의 세상을 향한 외침은
그렇게 요란하지 않다.
가을걷이.
좌측의 숫말과 우측의 암말이
지금 무슨 속삭임을 주고 받는 것일까?
주름진 그들의 입술은 풀을 뜯느라 유난히 바쁘다...
털갈이를 하는지 봄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여름날의 목장이 이제 서서히
가을날의 천고마비로 치닫고 있는 즈음이다.
부부싸움...
모자이크 처리를 좀 연하게 했더니...쩝^^
기품이 있어 보인다.
가을은
그들의 세상인가 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에 그들은 이렇게 다정하게
하루 하루의 일상을 슬기롭게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들과의 소통은 의외로 쉽다.
그저 맑은 눈동자로 가만히 응시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만 보고 있으면 된다.
그렇게 바라만 봐도 그들은
속내를 다 드러낸다.
그것은 우리네 삶과 그들의 삶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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