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농법"을 구사하는 어느 교도관의 어설픈 농장 이야기...
사무실에서 매일 마주 앉아서 근무하는
후배 직원의 농장을 다녀왔다.
일명 "방치농법"이라는 아주 요상한 농법으로
가까운 우사에서 얻은 소의 거시기 거름만을 사용하며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어느 교도관의 풀밭 이야기...
물론 방치농법에 걸맞게 이름모를 꽃들과 잡초들도
더불어 이웃하여 함께 잘 자라고 있었다.
교도관 000...
그는 현재 여주교도소에서 근무하는
현직 대한민국 교정공무원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하였으며
현재는 그 전공을 백분 발휘하여 교도소내에서
평소 말 잘 안듣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똘똘 뭉쳐진 일명 문제수들과
늘 마주앉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고충을 해결해 주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주는 상담사 역할을 자청하는
수용자들에겐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다.
그런 그가 퇴근만 하면 교도관 모자를 벗어 버리고
이렇게 밀짚모자를 그 큰 머리에 얹는다.
그 농장주인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용도가 과연 무엇일까?
어린날의 추억을 되새김하며 만들어 놓은 바람개비?
아니면 고라니의 출몰을 방해하려 만들어 놓은
그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하여간 용도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맥주 페트병으로도 요렇게 다양한 용도로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그였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농장의 고추는 참 실하다.
매운 고추는 없지만
농약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추치고는 정말 잘 지어진 농사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이 풋고추를 정말 많이도 얻어 먹었는데...
고추밭 옆에 부추밭이 있는데
이제는 하얀 꽃이 피어 늙음의 길로 가는것 같다.
오이 하우스를 들여다 보자.
요상한 모양새로 자라는
오이 열매가 참 기특하기만 하다.
잎새가 마르고 있는걸 보면 이제 오이 농사도
서서히 마감추세로 접어드는 듯...
건강한 녀석들도 더러 눈에 뛴다.
생과 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녀석들도 보인다.
올해 이 농장의 오이 농사는
거의 대풍 수준이었다.
오이 모종 120여 포기를 심어
거의 4,000여개의 오이를 생산했다고 하니
감히 짐작이 가질 않는다.
가뭄과 폭염의 여름날에 물도 제대로 주질 못했는데
늘 씩씩하게 매달리고 새로운 생명을
부지런히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 많은 오이 다 어떡했냐구?
시장에 내다 팔았냐구?
집에서 먹는 일부 오이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오이를 이웃에 공수해 버리고
어른들 댁에 쬐금 보내주고 그렇게 다 퍼주고 말았단다.
방치농법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된 오이농사가
예상외의 대풍이 되어 시장에 내다 팔 정도의 양을 생산을 했지만
그의 인심쓰기는 거의 극에 달해 온갖 이웃들의
밥상을 즐겁게 해 주고 말았던 것이다.
그 덕분에 어림잡아 100여개 이상의 오이를
획득(?)하여 온 가족이 오이파티를 즐길 수 있었던 나도
그 오이대풍 특혜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녀석들의 번식력은 정말 대단하다.
9월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도 하염없이 주렁주렁이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니 그 자리에서
쓱쓱 닦아 먹어도 향기가 난다.
요렇게 희귀한 모양새를 뛰는 녀석도 있다.
하트 모양으로 가고 있는 중일까?
이 녀석은 너무 기특해서 슬그머니 사진만 담았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내게 주어진 검은 봉지속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나는 분명 그 자리에 그냥 두고 왔는데...
마른 오이잎 자체도 너무 이쁘다...
생을 마감하는 찰나적인 삶을 엿보는 듯 하다.
방치농법의 달인답게
그의 농장엔 온갖 세상속의 재미들이 즐비하다.
토마토는 그의 손을 떠난지 이미 오래다.
지금의 것은 벌나비들의 몫이라나~
쉼터 뒷편의 포도밭으로 가 보았다.
뭔가 모르게 부실하기도 하고
지난번 방문때의 그 싱그러움과 똘망똘망함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요녀석들 때문이다.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말벌때의 습격으로 포도밭은 거의
초토화 수준이었던 것이다.
종이봉지를 쒸우지 않았으니 당연한 처사겠지만
말벌들과 나비 심지어 파리까지도 포도의 그 달콤한 향기에
유혹되어 그네들만의 포도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왜 진작에 포도 수확을 안 했냐구 물어보니
벌이 무서워서 접근을 못했다고 한다.
이런~덩치는 산 만해 가지고^^
그러면서 별로 아까워하지도 않고
말벌들이라도 포식해서 참 다행이라고 한다.
츠암나...아까운 포도...
마른 껍질만 남은 포도 알맹이도 있고
그들이 이제사 작업(?)을 시작하는 알맹이도 있었다.
가끔 이렇게 포도넝쿨 아래의 작은 빗물통에
실수를 범하는 녀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모양새는 크게 볼품은 없지만
몇몇 송이는 참 이쁘게만 영글어 가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포도 수확의 꿈을 접고
말벌과 다른 곤충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개념이라나...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쬐금이라도 싹둑 하는건데...
농장주 눈치보느라고..에혀..아깝다^^
거미들도 당연히 서식하고 있다.
이 녀석들에겐 무엇을 나눠 주는지 모르겠지만
포도에 유혹된 벌과 나비들이 그네들의 배를 채워 주는것 같다.
앗!
아까 혼자서 슬그머니 카메라로 담았던 그 오이다.
교도관 농장주가 손으로 무엇을 하는걸까?
수확을 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그냥 보고 있는건지?
집에 도착해서 봉지속에 들어 있었던 그 주범이다.
이때 오이를 따서 봉지속에 넣어 준 것이다.
완전한 증거포착이 되고 말았다..ㅋㅋ
물론 집에 와서 봉지속의 그 오이를 발견하고 알았으며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농장은 작물과 잡초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형성되어 공생하고 있다.
물론 잡초제거를 전혀 안한건 아니다.
틈만나면 예초기를 돌렸지만 돌아서면 잡초밭이란다.
고추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조금의 탄저병 조짐도 보이기 시작하고...
풋고추를 이렇게 붉은색 고추로
일부러 키우려고 한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그녀석들 기특하게도
농약의 혜택(?)을 전혀 못 받았지만
지금껏 너무나 잘해주고 있단다.
다양한 자연속의 향기로운 어우러짐과
그네들의 노래소리가 농장 주위엔 즐비하다.
소의 거시기를 먹고 자란 녀석들이라서 그런지
아주 튼실하고 건강하기만 하다.
농장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도로변의 늦은 능소화가
제각각의 익살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음 블로그 "풀밭에 산다"
그 농장주인이자 후배직원의 블로그다.
농장에서 거의 "방치농법"을 구사하 듯
블로그 운영에서도 그 "방치블로그법"을 쓰는가 보다.
조금은 썰렁한 그의 블로그에 다양한 열매가 달리질 않으니...
오늘은 사무실 후배직원이 근무외의 시간에
틈틈히 애지중지 키워나가는 농장에서의 일상을 노래해 보았다.
그의 방치농법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그만이 알 수 있을 듯 하다.
직장에서 무척이나 바쁜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남은 짬시간을 잘 할애하여 농장일을 곁들여서 하고 있는
교도관 농장주 덕분에 올해는 고추와 오이를
실컷 맛볼 수 있었던것 같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 농장주는 대한민국 교도관 000이다...